서울 중구 장충로2가 광고대행사 ‘웰콤’ 사옥에서 19일까지 열리는 ‘한글 돌연변이전’. 웰콤의 아트디렉터 김양훈 국장(37)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섹스와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ㄷ’은 남성의 성기를 잡고 흔드는 빨간 매니큐어의 여성 손, ‘o’은 유두에 피어싱한 여성의 풍만한 유방(종이찰흙·그림1), ‘ㅌ’은 남성의 삼각팬티 속 붉은 소시지를 먹기 위해 테이블 위에 놓인 포크(플라스틱), ‘ㅏ’는 오른쪽을 향해 선 남성의 몸(그림2), ‘ㅗ’는 앉아 있는 여성의 엉덩이 굴곡….
왼쪽 귀에 피어싱을 하고 은색 아우디 ‘TT’ 쿠페 승용차를 모는 김 국장은 “섹스야말로 유머, 균형, 상상력의 삼각관계가 절묘하게 들어맞아야 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5세 아들의 아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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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Humor)
“한국사회는 섹스에 대한 인식이 극단적인 것 같아요. 섹스라는 단어를 듣고는 흔히 포르노나 연예인 섹스비디오 스캔들과 같은 일탈을 연상하잖아요. 섹스는 절대로 흉하지 않고, 유머스럽고 통쾌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ㅡ’라는 제목의 작품 앞에 서서 여성의 두 유두 위에 부착된 버튼을 조심스럽게 돌려보니 음악 소리가 조절된다. 그렇다. 성의있고 노련한 남성의 테크닉은 여성의 느낌을 절묘하게 레벨업한다. 사다리 모양의 ‘ㅒ’위에는 작은 별들이 총총 떠 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일본작가 와타나베 준이치는 ‘클릭 남과 여’란 책에서 이렇게 썼다.
‘남자가 당황하는 것은 여자도 섹스를 좋아하고 제법 호색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 (중략) 한창 섹스 중에 외설적인 것을 요구하고 기꺼이 그에 어울려가는 것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다. 아니 사실은 여자 쪽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것을 아는 순간 남자는 머리가 두 조각으로 빠개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균형(Balance)
“음식을 먹을 때 맛있을 때도 있고 맛없을 때도 있는 것처럼, 섹스도 느낌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어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얼마나 배려하고 균형을 맞추느냐가 관건이죠.”
김 국장이 형상화한 ‘ㅈ’은 남자와 여자가 시소 위에 평등하게 마주앉은 모습이다. 그 ‘균형’이 깨질 때 시소는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만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친밀성의 구조변동’이란 책에서 중독적 관계와 친밀한 관계를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중독적 관계:섹스를 위해 파트너를 압박함/권력의 불균형/언제나 똑같은 관계.
-친밀한 관계:선택의 자유/관계 내에서 균형과 상호성/항상 변화하는 관계.
●상상력(Fantasy)
“최근 BMW 승용차 광고 중에는 남자와 여자가 침대에서 황홀한 표정으로 섹스하는 장면이 있어요. 여자가 남자 위에서 절정을 느낄 때, 누워 있는 남자의 얼굴은 BMW 승용차 사진으로 완전히 덮여 있죠.”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파트너를 섹시한 대상으로 상상하는 것은 남녀의 솔직하고 건강한 관계일 수도 있다. 아내와 여전히 즐거운 섹스를 한다는 50대 의사는 말했다. “섹스는 스포츠와 같아요. 1주일에 한두번 피트니스클럽 가는 기분으로 부담느끼지 않고 섹스를 즐겨야 해요. 적당한 상상력은 서로를 만족시키죠.”
한글 속에서 섹스를 찾는 광고인처럼 섹스는 늘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행복과 영광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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