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즐겨하는 세 가지 놀이로 술 마시는 것(노무), 도박하는 것(우쓰), 여자를 사는 것(가우)이라는 뜻이다. 가부장적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말인데, 우리 사회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씁쓸하다.
이 세 가지 놀이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도박이다. 주색으로 가산을 탕진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도박은 잘못 걸리면 몇 대에 걸쳐서 모은 재산을 하룻밤 사이에 날릴 수 있다. 그만큼 격렬하고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매력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도박을 가장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도박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다. 도박은 소설, 영화, 만화 등 장르를 초월해 애용되는 콘텐츠 소재다. 한때 ‘도신’이니 ‘도성’이니 하는 제목의 도박을 소재로 한 홍콩영화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계도 ‘허슬러’ 같은 도박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에 속하는 허영만씨의 ‘타짜’의 소재도 도박이다.
그런데 도박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도박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만들려면 소비자들이 도박의 룰을 이해하고 있을 뿐더러 도박을 잘하는 요령까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마작을 소재로 한 만화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것은 마작의 규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콘텐츠 내에서 소재로 사용되는 도박의 규칙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만화라면 어느 정도 설명을 하면서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영화에서 도박의 규칙을 설명하면 무척 지루해진다. 소설은 표현조차 쉽지 않다.
또한 도박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은 실제로 도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구경하는 것과 같으므로 누가 얼마를 잃고 땄다는 사실보다는 도박을 하는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 같은 것을 즐기는 측면이 강하다. 도박은 규칙을 모르면 주인공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힘들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만화 ‘도박 묵시록 카이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했다. 주인공은 목숨까지 걸면서 도박을 한다. 그런데 그 게임의 종류가 ‘가위바위보’ ‘평행봉 건너기’ ‘주사위 던지기’ 같은 간단한 것들이다. 독자가 게임의 규칙과 요령을 이해하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독자는 마음 편하게 심리 묘사와 승부의 갈림길에서 나오는 기지 등의 재미있는 요소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영화 같은 다른 장르에서 차용할 만하다. 도박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도박 자체는 간단하게, 대신 도박에 거는 것은 거창하게 만드는 상황 설정 아이디어일 것 같다.
김지룡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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