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고객선택도 까다롭게 하라 ´로열티 경영의 원칙´

  • 입력 2002년 10월 18일 17시 52분


◇로열티 경영의 원칙/프레더릭 라이히헬드 지음 김광수 옮김/337쪽 1만 8천원 모라비안바젤

익명성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글로벌 시대에 고객의 충성도를 의미하는 ‘로열티’라는 개념은 왠지 진부해 보인다.

그러나 ‘고객 유지율이 5% 증가하면 이윤이 25%에서 95%까지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굴뚝 경제는 물론 IT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신경제 시대에도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탄탄한 로열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로열티라는 개념을 최종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 공급업자 판매업자와의 관계까지 확대해서 적용하고 있다.

솔직히 로열티에 관한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상당히 장기적이고 원칙적인 접근을 하는 저자의 주장에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로열티는 분명 뛰어난 이윤을 전제로 하지만 그 이윤은 고객과 파트너의 희생이 아닌 성공을 바탕으로 창출되어야 한기 때문이다. 혹은 서로의 금전적 이해관계에 앞서 원칙과 관계를 중시하는 경영 방식이 고수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를 고매하고 도덕적으로도 훌륭한 경영 스타일이라고 해서 ‘하이로드·High roa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등의 내용은 금전적인 결과나 단기적인 성과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세태와 다소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의 3장부터 자세히 소개되고 있는 로열티 경영의 여섯 가지 원칙을 읽다보면 결국 우리가 가진 고정 관념의 벽이 높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할리 데이비드슨, 델 컴퓨터, 시스코 시스템즈, 인튜잇,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등 세계 일류 기업들이 로열티 경영을 몸소 실천하면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하이로드의 길을 걷고 있다. 책에서 강조하는 로열티 경영의 몇 가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저자는 고객이든 직원이든 신중하고 까다롭게 선택할 것을 주문한다. 직원이나 파트너를 고를 때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그들의 성공을 위해 회사가 기꺼이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로열티 경영이라는 것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라 철저하게 선택된 고객들을 상대로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예컨대 델 컴퓨터는 많은 상품 지원과 교육 서비스를 바라는 컴퓨터 초보자들 대신에 이미 컴퓨터에 숙련된 이용자들을 자신의 고객으로 선택하였다. 렌트카 업체인 엔터프라이즈도 공항에서 차를 빌리는 회사원들보다는 가정에서 차를 빌리는 고객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합당한 성과에 대해 보상하라는 것도 로열티 경영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이다. 내부 직원이든 외부 고객이든 최고의 가치를 창출한 사람에게는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로열티 효과만 있다면 이 원칙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생산성을 창출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단순한 경영 기법보다는 원칙 중심의 경영 방식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꼭 권하고 싶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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