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두 작품에 대한 그의 언급.
●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이 작품 3악장은 약간 ‘촐싹거리는’데, 백건우라는 연주자가 가진 ‘진중한’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것 아닙니까?
(약간 생각) “화려한 악상이죠. 또 내가 그렇게 심각한 사람은 아니에요. (웃음) 24시간 심각하면 재미없죠.
근래 다시 쇼팽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쇼팽의 피아노음악은 낭만적이고 시적인 음악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다른 중요한 부분이 있죠. 모차르트가 화음을 완성했다면, 쇼팽은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화음을 Glorify…, 적당한 우리말이 없을까…, 승화, 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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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를 부각시키면서도 여러 소리를 조화시키는 능력이 비상한 거죠.
간단한 멜로디도 아름답게 울리게 하는 비결, 거기에 왼손이 합쳐지면 묘하게 소리가 소리를 서로 감싸줘요.
쇼팽 자신도 계산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일 겁니다. 그 소리는 리스트의 호화찬란한 소리와 달라요.
특히 중간 음역(音域)의 소리에 있어서 차이가 큽니다.” -영화를 즐겨 보시죠, ‘트루먼 쇼’라는 영화를 보셨습니까?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이 로렌과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 쇼팽 협주곡 1번 2악장 전체가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네, 봤죠.”
-어떠셨어요?
“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 또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경고라고 느꼈어요.”
-로맨스 부분에서 음악 사용은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어… (눈을 가늘게 뜨며)…네….” (웃음)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중에서도 2번과 3번이 유명하죠. 1번에 대해 설명하신다면….
“나는 왜 이 작품의 인기가 적은 지 이해할 수 없어요. 18∼19세 때 썼고 10년 뒤 개정판을 냈는데 전혀 흠잡을 데가 없어요. 초판에서는 피아노 파트가 부자연스러웠으나 개정판에서는 완벽하게 고쳤죠. 뒤에 나온 2, 3번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려진 걸까? 4번이 잘 연주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요. 복잡하고 연주하기 힘들고 언뜻 들어 이해하기도 힘들죠. 그러나 1번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1번에서는 젊은 라흐마니노프를 발견할 수 있어요. 나이마다 만들 수 있는 음악이 다르죠. 연주가도 그렇고 작곡가도 그렇습니다”
● 공연정보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시간: 24, 25일 오후7시반
▽출연자: 백건우 (피아노), 유리 시모노프 (지휘·모스크바 필 예술감독)
프로그램: 차이코프스키 ‘슬라브 행진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1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24일)·보로딘 ‘이고르 공’ 서곡,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25일) ▽입장료: 4∼12만원 (학생석 2만원)
▽문의: 02-399-1111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