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상사초’는 꽃말이 평범하지 않아서 더 눈길을 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그 옛날 어떤 처녀가 수행하는 어느 스님을 사모하였지만 그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시들시들 앓다가 눈을 감고 말았는데 어느 날 그 스님 방 앞에 이름 모를 꽃이 피었단다.
그 후 사람들은 상사병으로 죽은 처녀의 넋이 꽃이 되었다고 해서 ‘상사화(相思花)’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꽃말에 얽힌 사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실제로 상사초의 삶 또한 애절하고 슬프다. 꽃이 하나 둘 떨어지고 꽃대가 물기 없이 시들고 나면 그 때 비로소 그 자리에서 새 순처럼 잎이 돋아난다. 그렇기 때문에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한다. 상사초는 이렇듯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슬픈 운명이다.
아무리 간절하게 그리워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다.
예컨대 성직자를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가장 인간적인 감정 앞에서 수 없는 밤을 번민하고 갈등하면서 가슴앓이만 해야 하는 사랑….
만약 이러한 감정의 주체가 수행자 자신이라 하더라도 명정(酩酊)의 밤을 지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이러한 이성에 대한 인연을 조심하고 그 감정을 잘 다스리라는 뜻에서 노스님들이 상사초를 절 마당에 심은 것 같다. 상사화 전설의 주인공처럼 애답고 가슴 아픈 사랑은 하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라는 경책 같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절에서는 상사초를 법당 앞뜰에는 심지 않고 주로 승방(僧房)앞뜰에 군락으로 심는가 보다.
자신의 방 앞뜰에 피어있는 상사초를 보면서 여자에 대한 감정을 매일 매일 추스르라는 뜻에서.
해인사 포교국장 buddha12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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