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이후 남녀가 흔히 의사에게 호소하는 눈의 증세. 사람에 따라 △눈 앞에 까만 연기가 피어오른다거나 △까만 점이 둥둥 떠다닌다거나 △거미줄이 보이는 등 수 백가지 다양한 표현으로 증세를 호소한다.
이 같은 증세를 날파리증(비문증·飛蚊症)이라고 한다. 환자의 80% 이상은 노화가 원인이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강세웅 교수는 “날파리증은 대체로 40세가 넘으면 나타나기 시작해 50, 60대에서 가장 많다”며 “근시가 심한 사람은 20, 30대에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왜 생기나〓어른 눈은 탁구공 크기로 동그랗게 생겼다. 동그란 모양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유리체(초자체)라는 투명한 젤 성분이 눈 속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유리체가 중요한 이유는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하는 눈 속의 신경막(망막)에 상을 맺어 사물을 볼 수 있으려면 빛이 망막 바로 앞에 있는 투명한 유리체를 통과해야 되기 때문. 만일 유리체 여러 가지 원인으로 혼탁해지면 날파리증이 온다. 나이가 들면 젤 성분의 수분과 섬유질로 분해돼 섬유질끼리 엉겨붙으면서 유리체가 혼탁해진다. 또 섬유질이 망막으로부터 분리돼 수분 속에 자유로이 둥둥 떠다닌다. 이때 섬유질의 그림자가 망막에 비치면 날파리증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눈 속에 염증이나 출혈이 있을 때 잘 생긴다. 이는 투명한 유리체에 염증세포가 생기거나 혈액이 흘러들어가서 유리체를 혼탁하게 만들기 때문. 또 백내장이 있을 때는 백내장에 가려서 날파리증을 못 느끼다가 백내장 수술로 시력을 회복한 뒤 느끼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사람에 따라 모기 거미줄 구름 등 갖가지 형태로 한 개에서 여러 개가 보일 수 있다. 또 모양이 변하기도 하고 크기가 더 커지기도 한다. 때로는 눈을 감아도 보일 수 있으며 여러 방향으로 사물을 볼 때 따라 다니면서 보이기도 한다.
특히 맑은 하늘이나 하얀 벽, 하얀 종이를 배경으로 볼 때 검은색의 날파리가 더욱 잘 보인다.
날파리증이 나타나면서 항상 시야의 고정된 자리를 가리거나 시력이 떨어진다면 우선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의 중한 질환을 의심해야 된다. 날파리증 환자들은 노화가 원인일때에는 검은 점이, 출혈이 원인일 때에는 검은 먹구름 또는 빨간 띠 등이 떠다닌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안과에선 망막 부위를 정밀하게 촬영해 망막이나 유리체에 큰 질환이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
▽치료〓떠다니는 물체의 수나 크기가 여러 달 동안 크게 변하지 않으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는 노화 때문에 생긴 질환이므로 참고 지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 예민한 사람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신경에 거슬려 불편을 호소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리체의 혼탁이 점차 옅어지며 환자 스스로 적응한다.
드물게 운전을 못 할 정도로 불편한 환자는 유리체를 절개해 문제 부위를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날파리증 때문에 시력이 나빠지지는 않는다.
▽응급 질환〓갑자기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면서 눈 속에 번갯불이 번쩍이는 증세가 있거나 눈앞에 커튼을 가린 것처럼 물체가 잘 안 보일 때는 눈 속에 심각한 질환이 생겼다는 경보이므로 바로 안과를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눈 속에 붙어 있던 망막이 떨어지는 망막박리로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하기도 한다.
한편 눈 속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는 증상은 편두통이 있을 때도 나타나므로 이 증세만 나타날 때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각종 혈액질환, 신장질환 등의 병이 있는 환자에게 날파리증이 생기면 눈 속 혈관이 터진 출혈을 암시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근시가 심한 사람에게 날파리증이 나타나면 망막 부위에 구멍이 생기는 망막열공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눈 검사를 빨리 받는 것이 좋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강세웅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글씨 흔들려 보이면 황반변성 초기 증세
망막질환 중 실명으로 이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노화나 흡연, 콜레스테롤 등의 원인으로 시각세포가 서서히 파괴되거나 비정상적인 혈관이 황반에 자라면서 출혈을 일으켜 실명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
55세 이상에서 잘 생기는 노인 황반변성은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 병이 한참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지만 이때는 이미 치료가 힘들며 시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초기 증세는 △글씨체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 보이며 △단어를 읽을 때 글자의 공백이 보이며 △그림을 볼 때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인다.
비정상적인 혈관으로 생기는 황반변성은 시력을 급속히 잃게 되므로 이러한 증세가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병원에선 형광안저혈관조영술이라는 특수 눈검사를 통해 레이저 치료가 가능한지 파악한다. 레이저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정도며 치료받는 환자의 60∼70%가 효과를 본다.
최근엔 아연과 비타민E 등 항산화제를 먹으면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50세 이상 황반변성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아연이 포함된 종합비타민제를 먹으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자외선도 황반변성을 일으키므로 더운 지방을 여행할 때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한편 사람은 양쪽 눈을 사용하므로 한쪽 눈에 약간의 시력 및 시야 장애가 있어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따라서 55세 이상인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기 눈에 맞는 안경 혹은 돋보기를 쓰고 30∼40㎝ 거리에 신문지를 펴 놓고 한쪽 눈을 번갈아 가면서 가려본다. 이때 시야(쳐다보는 곳)의 글씨가 또렷이 보이는지 또는 시야 주위의 글씨가 굽어 보이거나 약간 허옇게 보이지 않는지 스스로 평가해 본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강세웅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