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시골 친구들 얘기 들어 보실래요? ´까만손´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7시 20분


◇까만손/오색 초등학교 어린이들 글 탁동철 엮음/223쪽 6500원 보리(초등1~6학년)

얼마전 한 TV 프로에서 토익을 준비한다는 초등학생을 봤다. 토익반에 들어가기 위해서 늘 영어 공부를 한다는 한 아이는 ‘친구와 쉬는 시간에 함께 화장실 가는 거 외에는 같이 노는 시간이 없어요’ 한다. 가슴에 찬바람이 불었다.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리기 전에 원래 가지고 있는 마음은 무얼까.

그러다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한 선생님이 작은 초등학교에서 4년 동안 가르친 아이들 21명의 시를 모은 시집이다.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일하고, 노래 부르며 바르게 사는 공부를 한’ 아이들의 글을 읽으니 ‘그래, 이게 아이들이지…’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선입관이나 편견이 없다. 자신의 마음 속 느낌을 잡아 쓴 것이 시라고 했던가. 들리는 대로 표현한 자연의 여러 가지 소리는 그것만으로도 그냥 시어가 된다.

‘비 오고 매미가 운다. 이얼지 이얼지 이얼지 이러찌끽 이이이이이이 찌징찌징찌징 쫍쫍쫍.’ (돌매미·5학년 박명호)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이 믿는 것은 신나게 이야기하려 한다.

‘선생님 /오늘 밤에 /창문 열어 놓으세요 /개구리 소리가 나요 / 어젯밤에 /개구리가 막 울었어요.’ (개구리 소리·5학년 최 광복)

”‘누나, 누나 / 닭이 알 낳는 걸 봤는데 / 알을 낳는데 / 똥구멍에서 알이 푹하고 나온다….’(따따한 알·6학년 최아름)

그리고는, 자기 둘레에 대해 걱정을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자기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다.

‘수놈이면 돌이라도 던지는데 / 암놈이면 그냥 소리질러 / 쫓아야 한다/ 새끼들이 있으면 안 되니까….’(콩싹·6학년 김단희)

‘사람은 호두가 간식이지만 / 청설모는 호두가 밥이다.’(청설모·6학년 박연실)

아이들은 다른 것들과 시원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안다. 자기 스스로를 믿을 때 남과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비가 내린다 /가난한 사람이 엉엉 우는 것처럼.’(날씨·6학년 차혜진)

‘아. 햇빛이다/햇빛이 이제 비친다 / 닭들이 놀러 다니고 / 나비도 날아다니고 / 매미가 쇄쇄쇄 울고 / 난 기지개를 폈다.’ (햇빛·5학년 차상호)

남보다 먼저 경쟁에 들어선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시골 아이들은 이렇게 사네’라고 밀쳐 두지 말고,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 둘레에 눈길을 주는’ 아이다운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아이는 어디에 살아도 아이니까.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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