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에 인문 사회 자연대의 순으로 돼있던 순서를 바꾼 것은 대학의 ‘서열’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본질’과 한 나라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결코 사소하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대는 이달초 인문 사회 자연대 순으로 고쳐 제작한 교직원 수첩을 배포했다.
서울대에서 갓 정년 퇴임한 한 원로 사회과학자는 최근 사석에서 새로 바뀐 수첩을 거론하며 “누가 뭐라해도 대학의 기본은 역시 문 사 철(文 史 哲)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이다. 나는 평생 사회과학을 해왔지만 단 한번도 사회과학이 인문학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젊은이들의 응용 과학에 대한 관심은 기초 학문에 대한 관심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며 “서울대마저 국가 고시 합격을 위한, 또는 외국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 학원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개탄했다.
원상회복된 서울대 교직원 수첩을 보면서 기초 학문에 종사하는 이들의 ‘지적 책무’와 정책 당국자들의 ‘철학적 빈곤’을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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