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홍지원교수의 직업별 패션스타일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6시 29분


중견기업 대표인 K씨(50). 그에게는 말못할 고민이 있었다. 한 기업의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늘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는다”고 느낀 것. 자문하기 위해 PI(Personal Identity)컨설팅 전문가 홍지원 교수(인덕대)를 찾아간 K씨는 “그간 튀지 않으려고 평범하게 입고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홍 교수는 컨설팅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K씨의 일상적인 옷차림에서 최고경영자로서의 카리스마나 전문성을 느끼기 힘들다는 점. 슈트는 감청색 일색이고 넥타이는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베이지색 계열을 자주 매고 다녔다. 한마디로 평범한 ‘옆집 아저씨’ 스타일. 게다가 물방울 무늬는 K씨의 동그란 얼굴과 연결돼 우유부단한 인상까지 풍겼다.

홍 교수는 K씨의 심리 유형을 분석했다. 동시에 K씨의 이미지에 대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부인과 자녀를 인터뷰했다. 분석 결과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내면을 갖고 있으며 판단력이 뛰어난 스타일’이라는 것. 전형적인 최고경영자 타입이었다.

홍 교수가 선택한 키워드는 ‘긴장(tension)’. 느슨한 면을 강하게 세우자는 컨셉트였다. 작업의 방향은 수평구도를 수직구도로 바꾸는 것. 슈트는 블랙 계열로 제안했다. 넥타이는 짙은 블루톤에 스트라이프같은 직선 문양이 들어간 디자인을 추천했다. 가로로 새겨진 명함도 세로 스타일로 바꾸고 사장실에 걸린 회사 경영 이념 액자, 그림 액자 등도 모두 세로형으로 교체했다.

홍 교수는 “K씨는 한국의 일반적인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을 가꾸는 데 소홀하다기보다는 자신있게 꾸미는 것 자체를 주저한다는 것.

홍 교수는 정치인 법조인 경영자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컨설팅한 결과를 바탕으로 직업에 따라 어울리는 정장 패션을 4가지로 분류했다. 특히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넥타이. 개인별 체형이나 취향은 배제한 제안이다.

●개인 대 다수 비즈니스

다수를 상대하는 직업. 교수, 정치인이 여기에 속한다. 대중의 시선을 끄는 게 중요하다. 키워드는 ‘주목성’. 우선 정장 상의는 투버튼형이 좋다. 홍 교수는 “셔츠와 넥타이를 시원하게 드러내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이지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트의 색상은 짙은 감청색이나 검정 계열이 적당하다. 스트라이프나 무늬가 들어있는 것은 가급적 피한다. 강한 인상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넥타이는 채도와 명도가 높은 붉은색 계열이 가장 좋다. 물방울이나 꽃무늬는 유해 보이므로 피하는 게 좋고 선이 굵은 스트라이프가 적당하다. 스트라이프 중에서도 바탕 색깔과 선의 색깔이 보색을 이룰 정도로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을 선택한다.

이 부류가 연출해야 하는 이미지를 계절로 표현하자면 겨울, 대표색상은 레드다. 브랜드로 전체적인 이미지를 설명하자면 ‘베르사체’형에 속한다.

●개인 대 개인 비즈니스

개인 대 개인의 만남이 많고 상대방을 자기 편으로 이끌어야 성공하는 직업이다. 의사 변호사 컨설턴트 기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연출해야하는 이미지는 ‘온유성’ 또는 ‘편안함’. 홍 교수는 “직업에서 풍기는 이미지 자체가 워낙 강해 상대방을 긴장시키므로 옷차림은 자극적이지 않게 연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키포인트는 슈트와 셔츠, 넥타이를 비슷한 계열의 색으로 조화 시키는 것. 슈트의 색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옅은 그레이 슈트를 입는다면 셔츠도 그레이나 옅은 블루가 적당하다.

넥타이 역시 튀지 않는 중간톤이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준다. 무늬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도트 무늬가 좋고 작은 패턴이 고르게 퍼져있는(올오버) 스타일이 적당하다.

계절로 표현하면 가을. 대표 색상은 브라운이다. 전체적 이미지는 ‘아르마니’형에 속한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최고경영자(CEO)나 기업체 임원이 대표적이며 고위 공무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카리스마와 인간적 매력을 함께 표현할 수 있어야하는 부류다.

키워드는 ‘신뢰감’. 신뢰감을 대표하는 색상은 블루다. 슈트와 셔츠, 타이 색깔도 블루 계열이 가장 무난하다. 셔츠의 경우 밝은 파스텔톤도 따스한 느낌을 강조할 수 있어 좋다.

넥타이는 블루 외에 와인, 그레이 색상도 어울린다. 패턴은 올오버한 스타일이 좋다. 홍 교수는 “특히 계약을 할 때는 감청색 슈트에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블루 계열의 넥타이를 하는게 가장 알맞다”고 추천했다. 블루와 스트라이프는 각각 신뢰감을 높여주는 색상과 무늬. 단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할 때는 바탕색과 선의 색깔이 동일 계열인 것으로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계절은 여름, 대표 색상은 블루, 전체적 이미지는 ‘에르메스’형이다.

●개인 그 자체로서의 비즈니스

연예인 프리랜서 스포츠맨 등 개인 그 자체가 비즈니스 ‘상품’이 되는 경우. 키워드는 ‘독특성’이다. 외교관도 이 부류에 포함될 수 있다.

연출 전략은 어느 한 곳에 강하게 포인트를 주는 것. 슈트와 넥타이를 같은 계열의 색으로 선택한다면 셔츠는 전혀 다른 보색으로 매치하는 식이다. 또는 슈트와 셔츠를 튀지 않게 입고 캐릭터가 새겨진 넥타이나 화려한 그림이 수놓인 넥타이로 강한 느낌을 주는 것도 좋다. 홍 교수는 ‘블랙 슈트+블랙 셔츠+보라색 넥타이’를 예로 들었다.

한가운데 캐릭터가 나염돼 있거나 전체적으로 큰 꽃무늬가 흘러내리는 넥타이 혹은 니트처럼 소재가 독특한 넥타이 등이 알맞다.

계절은 봄, 대표 색상은 퍼플, 전체적 이미지는 ‘구치’형이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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