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년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탈리아극장이 내한해 공연한다.
연출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슬로베니아 출신 연출가 토마스 판두르가 맡았다. 판두르는 1993년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던 슬로베니아의 국립극장에서 이 작품을 초연해 유럽 연극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연극은 14세기 이탈리아의 대 문호 단테의 ‘신곡’을 토대로 했다. 단테가 지옥, 연옥 그리고 천국을 차례로 여행하는 이야기를 다룬 원작에 판두르는 민족간의 반목과 전쟁으로 얼룩진 발칸 반도의 현실을 덧입혔다. 이는 “나의 이름은 발칸이다”라는 천사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지옥’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연극이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스펙터클한 무대. 판두르는 최대한 언어를 절제하고 배우의 움직임, 빛, 음악으로 형상화한 이미지들로 무대를 채운다. 특히 물은 지옥, 연옥, 천국 등 세 가지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이미지. 8m 가까운 거대한 철벽 세트가 세워진 무대에는 회 당 3만2000ℓ의 물이 넘쳐 흐르게 된다.
음악은 보스니아 출신의 작곡가인 고란 브레고비치가 맡았다.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 ‘집시의 시간’이나 ‘언더그라운드’에 나오는 그의 음악에 매료됐던 사람이라면, 음악 때문에라도 이 연극을 보고 싶을 것 같다. 독일어로 공연되며 한국어자막이 나온다. 공연은 ‘지옥’편과 ‘연옥과 천국’ 편으로 나뉘어 펼쳐진다. 공연일정은 ‘지옥’편(공연시간 1시간 30분)은 1∼3일 금요일 오후 8시, 토 오후 6시, 일 오후 3시. ‘연옥과 천국’편(〃 3시간)은 5∼7일 오후 7시반 한 차례 공연된다. 2만∼5만원. 2005-0114. 인터넷 예매는 www.lgart.com.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