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된 제목보다 참신한 원제목은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게임:천재 경제학자들의 간결한 역사(Dr. Strangelove’s Game:A Brief History of Economic Genius)’. 천재 경제학자(수학자 포함)들의 삶을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다루면서도 지적 긴장을 잃지 않은 책이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불구의 몸이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한쪽 기계팔에는 항상 검은 장갑을 끼고 있다. 그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나는 어떻게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는가’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핵전략을 자문하는 악마적인 천재로 등장한다.
사람들은 현실풍자를 위해 스트레인지러브 박사가 억지스럽고 과장된 인물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의 과학자는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50년대 헝가리 사투리를 쓰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 워싱턴의 월터리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는 휠체어에 불구의 몸을 의지한 채 급히 리무진으로 백악관까지 실려가곤 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군대도 갔다오지 않은 이 비밀보좌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병실 문앞에는 두 명의 무장경비병이 밤낮으로 지키고 있었고 보안요원 출신의 해군 간호사들이 간호를 맡았다.’(12쪽)
단박에 관심을 사로잡는 이 인물은 초고속 컴퓨터의 초기모형과 최초의 원자폭탄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한 요한 폰 노이만이다.
중세의 수도승이면서 복식부기의 보급에 큰 역할을 한 루카 파치올리, 영국의 토지대장에 나오는 사망자 정보로부터 인구의 통계적 추정을 처음으로 시도한 존 그랜트, 정규분포를 발견해 경제학을 예측의 과학으로 끌어올린 드 무아브르 등 30여명의 삶이 소개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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