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집을 지을 수 있다….그러나 인간은 건축이란 것을 만들어냈다. 간략하게 말하면 건축은 집을 짓는 과학이고 예술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면 집을 단순한 피난처에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주는 세련된 마법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마법’의 역사를 알기 쉽고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기원전 7000년 경의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해 21세기의 웅장한 건축물까지 두루 섭렵한다. 그냥 앉아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건축사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 흩어진 건축물들을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고 저술한 책이란 점에서 생생한 숨결이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문적 교양을 기반으로 한 건축과 도시의 기행문’이자 ‘건축 오딧세이아’인 셈이다.
저자는 도시의 탄생과 함께 출발한 건축의 시작에서부터 그리스와 로마의 위대한 유산, 고딕 양식, 신고전주의, 산업사회, 기계의 시대, 건축의 미래 등을 차근차근 짚어나갔다. 먼저 서양 건축의 영원한 근원이 된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건축, 신과 교감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담긴 고딕 양식, 종교로부터 독립한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이 반영된 르네상스 건축 등을 살펴보았다. 이어 고전주의가 어떻게 새롭게 건국된 국가의 힘과 야망을 상징하는 건축양식이 되었는지, 산업혁명과 기계의 발달이 건축물과 건축가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서술했다.
아울러 저자는 건축물 뿐 아니라 시대를 앞서 비전을 제시하고 세상을 바꾼 건축가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직선은 인간의 것이지만 곡선은 신의 것이다’(가우디), ‘곱은 길은 당나귀의 길이며 곧은 길은 인간의 길이다’(르 코르뷔지에), ‘적을수록 낫다’(미스 반 데어 로에)는 말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다.
파르테논 신전의 장려함과 마하발리푸람에 있는 사원들의 우아함, 중세 고딕풍 성당의 야심찬 모습 등 400여장에 이르는 원색 사진과 그림만 들여다봐도 지루하지 않다. 책을 읽다보면 ‘지난 수세기 동안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건축가들은 그들의 재주를 마음껏 과시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피라미드나 스톤헨지를 짓던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중국과 일본의 건축물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는 등 동서양의 건축을 비교적 균형있게 다뤘다는 책인데도 한국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이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