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 1,2/린다 수 박 글 김세현 그림 이상희 옮김/184쪽 152쪽 각권 7000원 서울문화사(초등학교 전학년)
영어로 쓰여졌으면서도 어쩌면 12세기 우리나라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렸을까 싶은 책이다. 우리말과 글로 우리 문화를 익혀온 우리들보다 저자는 ‘한국적인 것’을 더 잘 재현하고 있다.
고려시대 서해안에 있는 도자기마을 줄포. 다리밑에서 소년 목이는 자신을 돌봐 준 두루미 아저씨와 단둘이 가족처럼 산다. ‘목이’란 이름은 죽은 나무에서 저절로 자라는 목이버섯에서 따왔고 ‘두루미’란 이름은 날 때부터 다리 하나가 뒤틀려 다리 하나로만 서기 때문에 붙여졌다. 이들은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처지.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자기 손으로 먹을 것을 구한다. 목이에게 한가지 소원은 바로 도공이 되는 것!
마을 최고의 도공 민 영감의 작업을 몰래 훔쳐보던 목이는 민 영감의 도자기를 깨뜨리게 되고 아흐레 동안 일하는 것으로 빚을 갚는다. 이후에도 목이는 열심히 민 영감의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돕는다.
두루미 아저씨와 목이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일화. 일꾼이 된 첫날 목이는 ‘왕궁에서 먹는 잔칫날 저녁밥’보다 더 좋은 점심을 먹지만 두루미 아저씨는 가자미 떼를 잡으러 바닷가에 갔다가 지팡이만 날리고 온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함께 사는 아저씨 생각은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내가 너무 한 거지? 두루미 아저씨 먹을 밥을 좀 덜어놨어야 하는데 잘못했어. 두루미 아저씨가 나였다면, 절대로 그런 걸 잊지 않았을 거야.”
민 영감에게도 평생 소원이 있는데, 바로 왕실의 도자기 주문을 받는 것이다. 민 영감은 온 정성을 다해 도자기를 빚어 구웠고 목이는 자처해 왕실이 있는 송도까지 도자기 운반일을 맡는다.
목이로서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하루에 한 마을씩, 한고개씩 차례차례 넘어간다. 부여 낙화암에서 경치와 우리 역사를 음미하던 목이는 산적을 만나고, 산적에 의해 소중한 도자기는 그만 깨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목이는 포기하지 않고 깨진 도자기 한조각, 사금파리 한조각을 들고 다시 송도로 향한다.
재미교포 2세인 저자는 이 책으로 올해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배우지 못한 저자가 우리 역사와 문화를 뒤늦게 공부한 뒤 이같은 책을 썼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전미도서관협회가 단지 ‘동양적인 것’에 대한 이국 취향 때문에 이 상을 준 것은 아니다. 미국의 초등학생들도 한국의 소년 도공 이야기를 통해 꿈과 용기와 인내의 정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서 같지 않은 번역서를 읽으면서 영어표현은 어땠을까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저자는 우리말 출간 머리말에서 “이 상을 받으면서 나한테 멋진 일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일은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게 되리라는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자랑스러운 저자가 11월 1∼3일 열리는 ‘대구세계문학제를 위한 한국문학인대회’에 참가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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