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책]영어동화 ‘상상력’ 을 읽어줘요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5시 46분


서울 여의도 동아문화센터에서 김연희 강사가 ‘영어독서 지도사’ 수강생들에게 조 홀의 ‘It’s Pumpkin Time’이라는 영어동화책으로 효과적인 독서지도방법을 강의하고 있다./변영욱기자
서울 여의도 동아문화센터에서 김연희 강사가 ‘영어독서 지도사’ 수강생들에게 조 홀의 ‘It’s Pumpkin Time’이라는 영어동화책으로 효과적인 독서지도방법을 강의하고 있다./변영욱기자
성인 대상의 영어동화 독서지도 전문가 과정이 아이를 둔 학부모와 영어 교사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생겨난 영어동화 독서지도 전문가 과정은 현재 영어동화교육원, 어린이 영어교육출판사, 백화점 문화센터, 대학 사회교육원 등에 개설돼 있다. 주로 5∼10개월 과정으로 0세∼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영어동화를 읽어주는 방법을 성인에게 교육한다.

국내에 공인된 전문가 자격증은 아직 없다. 그러나 영어동화책을 활용한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지면서 아이에게 영어동화를 무작정 읽어주는 것에서 벗어나 언어 발달단계에 맞는 효과적인 독서지도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문진미디어 교육센터(02-525-7611).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금소영 강사가 20여명의 성인들에게 영어동화 독서지도 방법을 강의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영어동화의 내용을 단번에 모두 이해할 수는 없어요. 동화책 그림을 먼저 간단히 설명한 뒤 읽어주는 게 중요하죠.”

금씨는 수강생들에게 뉴질랜드 동화작가 패멀라 앨런의 동화 ‘My Cat Maisie’, ‘I Wish I had a Pirate Suit’ 등을 추천했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반복되는 구문, 판타지 요소의 코믹터치, 의성어와 발음의 리듬 등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설명이었다.

이곳의 수강생 중 상당수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또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현직 ‘영어 선생님’들이었다. 또 자신의 아이에게 직접 영어동화를 읽어주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학부모도 있었다.

6세 딸을 둔 주부 이미자씨(43)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영어동화를 읽어줄까 염려돼 강의를 듣게 됐다”며 “이곳에서 영어동화 선정방법과 효과적인 스토리텔링법을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동아문화센터(02-781-0835)에서 ‘영어독서지도사’ 강의를 듣던 황혜란씨(31)는 “조카들에게 영어동화를 읽어주다가 영어동화 독서지도 과정을 밟게 됐다”며 “앞으로 영어동화 독서지도와 관련된 직업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7월 영어동화 독서지도책 ‘이명신선생님, 영어그림책 골라주세요’를 낸 이명신영어동화교육원(02-589-0599) 이 원장은 “단순하고 깨끗한 언어와 그림으로 묘사된 영어동화는 영어학습뿐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영어동화 읽어주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어동화를 읽는 아이들은 영어권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쓰는 살아있는 언어를 기초단계에서부터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앨런 베이커의 동화 ‘White Rabbit’s Color Book’에는 ‘씻을 시간이다’라는 뜻을 영어로 ‘Time for a wash’로 간결하게 전달하죠. 영어도 공부하고 상상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생활습관을 들일 수도 있답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영어동화 독서지도 이렇게▼

이명신영어동화교육원 이 원장에게서 효과적인 영어동화 독서지도법을 들어봤다.

1. 책은 늘 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놓아둔다. 책상 밑, 목욕탕, 장난감이 있는 곳에 놓아두면 공부하는 책이 아닌, 친구처럼 노는 영어그림책이 된다.

2. 전집으로 한꺼번에 구입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낱권으로 구입한다. 전집류는 단계마다 한정된 어휘를 사용하기 때문에 교과서같이 딱딱한 느낌을 주기 쉽다.

3. 아이의 언어수준보다 한단계 낮은 책부터 시작한다. 영어동화는 영어공부를 위한 학습지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흥미롭게 책을 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책 내용을 실생활에서 직접 체험하면 아이의 마음 속에 오래 남는다. 예를 들어 배고픈 쥐가 음식을 먹는 내용의 동화를 읽어주고 난 뒤, 아이 손을 잡고 시장에 가서 동화 속에 나온 음식을 구입하는 식이다.

5. 줄거리가 단순하되, 그림 속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책을 고른다.

6. 아이와 교감할 수 있도록 무릎에 앉히고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책을 읽어준다. 발음이 좋지 않은 것을 염려하지 말고 큰소리로 또박또박 읽는다. 오디오나 비디오를 이용해 원어민 발음을 자주 들려주면 된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과감한 감정표현을 곁들인다.

7. 우리말 설명은 가급적 줄인다. 단,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나오면 꼭 필요한 만큼만 우리말을 사용한다. 문장이나 단어를 해석하거나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은 피한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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