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베이스바리톤 오현명-테너 안형일 음악50년 우정50년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7시 08분


오현명(왼쪽) 안형일씨가 푸치니 ‘라보엠’ 중 3막의 2중창을 연습하고 있다./변영욱기자
오현명(왼쪽) 안형일씨가 푸치니 ‘라보엠’ 중 3막의 2중창을 연습하고 있다./변영욱기자
“이 두 성악가를 빼고는 한국의 오페라를 말할 수 없고, 한국 가곡의 해학적이고도 서정적인 맛을 논하기 힘들다. 두 사람을 빼면 60년대부터의 한국 성악 연주사에 큰 구멍이 뚫린다.”

베이스바리톤 오현명(79)과 테너 안형일(77)에 대한 음악평론가 한상우의 평이다.

한국 남성 성악계의 큰 기둥으로 불려온 두 사람이 11월1일 음악인생 50년을 회고하는 ‘우정 콘서트’를 갖는다. 반세기 동안 반주자로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정진우 이성균이 함께 무대에 올라 의미를 더한다.

“동산 수풀은 없어지고, 매기 머리 백발이 다 되었네….”

화창한 오전, 강남구 신사동 정씨의 연습실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네 ‘벗’을 만났다. 음악계 원로들은 지나간 반세기의 음악계 풍경을 회고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50년지기 반주자’ 이성균(왼쪽) 정진우씨.

-안녕하십니까. 두 분 선생님의 노래는 70년대 FM을 켜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친근한 음성이었습니다. 언제 처음 만나셨으며, 얼마나 많은 무대에서 함께 하셨는지요.

안〓1951년 해군 정훈 음악대에서 처음 한 무대에 섰으니 51년이 되죠. 그 전에는 서울음대 선후배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죠.

오〓국립오페라단 공연만 따져도 62년 창단이후 30회 이상 함께 무대에 섰으니 그 밖의 크고 작은 무대를 합하면 셀 수도 없을 겁니다.

-오현명선생이 쓰신 ‘오페라 실패담’이라는 책에 보면 안선생님이 무대를 두려워하는 편이었다고 나와 있던데요.

오〓오페라계 ‘3대 엄살’이 있었어요. 소프라노 황영금선생은 공연 전날 전화를 해서 ‘소리가 안나와요. 죽고싶어요’ 하지. 베이스 이인영선생은 연신 기침을 하면서 ‘걸렸다 이거’ 해요. 안형일선생은 그저 ‘어이구 어이구’만 연발하지. (웃음) 그래도 무대에 서면 쩌렁쩌렁한 소리가 쏟아져 나왔어요.

-오래 무대를 함께 하시다 보면 다른 재미있는 일화도 많을 텐데요.

안〓푸치니 ‘라보엠’ 때 얘기에요. 연출을 맡았던 고 문호근씨가 밤사이 문 경첩을 반대쪽으로 달아놓았어요. 그걸 모르고 문을 밀었으니 열리겠나? 힘껏 밀어 세트가 넘어질 뻔 했어요. 그만 박자를 놓쳐버렸지요. 나와 함께 오른 무대는 아니지만, 오선생은 ‘카르멘’ 공연때 칼 싸움 하다 이마를 맞아 무대에 피를 흘린 적도 있었어요.

오〓소품도 변변치 않아 일본 기마경찰대가 버리고 간 진짜 칼을 쓰던 시절이었거든요.

정〓그래도 그때는 얼마나 오페라가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하루 두 번 공연하는데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다시 들어가서 또 보고….

안〓같은 팀이 하루 ‘세 탕’ 뛰기도 했어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죠.

오〓보수나 변변히 있었나요? 다들 정열만 가지고 했지요. 요즘은 이탈리아나 독일에서 콩쿠르 입상한 좋은 성악가가 너무 많지만, 정열이 있는 지 모르겠어요. 다들 주역만 노리고, 조역을 제의하면 차라리 출연을 안 한다고 하지 않아요? 너무 빠른 ‘성공, 돈’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안〓달리 생각하면 요즘 젊은 음악도들이 안됐어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와도 무대 얻기가 힘들잖아요?

-반세기 동안 반주 파트너로 동고동락하다 보면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잘 이해하시게 되겠습니다.

정〓그럼. 전주를 하면서 힐끔 보면 컨디션이 어떻구나, 금방 알죠. 나는 오선생을, 이선생은 안선생을 반세기동안 반주했으니 훤하죠.

이〓지방공연 나가면 준비된 곡은 몇곡 없는데 계속 앙코르가 쏟아지잖아요. 즉석에서 악보 없이 어떤 곡이든지 ‘자동’으로 할 수 있어요. 곡을 외운다고만 되는 게 아니지. 워낙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일이에요.

네 원로의 ‘50년 우정콘서트’는 11월 1일 오후 7시 반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한국가곡 및 푸치니 ‘라보엠’ 중 ‘오 미미는 안 돌아오네’ 등 오페라 아리아와 2중창을 소개한다. 1만∼3만원. 1588-1555, 789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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