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차이무의 ‘거기’가 소극장 연극으로는 드물게 ‘대박’을 터트리며 올 대학로 최대 흥행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3일 막을 올린 ‘거기’는 지금까지 4500여명(초대관객 포함·유료관객 약 3000여명)이 관람했다.
당초 11월 3일까지 공연 예정이었던 ‘거기’는 관객이 몰려들자 12월 29일까지 연장 공연을 결정했다. 지금 추세로 보아 1만명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지난 주말(27일), ‘거기’가 공연중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 북적였다.
150명이 정원이 이 소극장에는 자리가 모자라 복도와 무대 옆까지 빽빽이 들어찼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남녀 커플 관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공연에 온 관객은 모두 187명. 극단측은 “평일에도 객석 점유율이 90%가 넘고 주말에는 항상 100%가 넘는다”고 말했다.
관객의 발길이 뜸한 대학로에 유독 ‘거기’에만 사람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
‘거기’는 아일랜드 흥행작인 ‘방죽(The Weir)’이 원작. 하지만 무대를 강원도의 시골 마을로 옮겨 모든 대사를 강원도 사투리로 바꾸는 등 완전히 우리식으로 만든 번안극이다. 카페에서 4명의 등장 인물들이 풀어내는 ‘귀신 수다’가 주요 내용. ‘귀신이 나오지 않는 귀신 이야기’인 셈이다.
여자 친구와 함께 온 김진규씨(26·서울 안암동)는 “코믹하면서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연극”이라고 평했다.
연출가 이상우씨는 “요즘 많은 연극들이 배우의 연기력보다 연출위주로 흘러간다. 배우가 ‘인물’ 보다는 ‘상황’을 연기하는 반면 ‘거기’는 철저히 배우의 연기를 중심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해 호응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출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정원중, 김승욱, 이대연 등 영화나 TV를 통해 알려진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연극 도중 ‘실제 음주 상황’도 입소문을 통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요인. 무대에서 배우들은 맥주,포도주,소주,양주를 마신다. 객석에서는 “저러다가 진짜 취하겠다” “가짜 술 아닐까” 라는 수근거림이 들려온다.
배우들이 마시는 술 중 진짜는 맥주와 포도주 뿐. 소주와 양주는 각각 물과 매실주스다. 하지만 맥주만 해도 매 공연마다 10병씩 비워져 연극이 끝날 무렵 배우들의 얼굴이 실제로 불콰해진다. 02-762-0010 월 공연없음. 평일 7시반, 토 4시반, 7시반, 일 4시반.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