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권 및 언론자유감시기관인 ‘프리덤 하우스’의 레오나드 서스만 수석연구위원(82·사진)은 29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 주도의 한국의 언론개혁 정책은 언론 자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언론재단의 초청으로 내한해 30일 오전 9시반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국가 이익과 언론:비판과 협력의 한계’를 주제로 강연한다.
서스만 위원은 1982년부터 20년간 ‘프리덤 하우스’의 국제언론분야 책임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으며 매년 세계 각국의 민주화와 언론자유화 척도를 평가하는 ‘세계언론 자유도 조사’의 책임을 맡아왔다. 올해 5월 발표된 ‘프리덤 하우스’의 ‘세계언론자유 조사보고서’는 2001년 한국의 언론자유도가 2000년보다 후퇴했으며 전세계 186개국 중 63위로 평가했다.
-한국의 언론자유도 평가 기준에 대해 말해달라.
“언론자유도는 언론인의 자유가 아니라, 공정한 보도와 비평을 접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평가하는 것이다. 한국은 ‘언론 자유국’의 기준에 턱걸이한 수준이다. 한국 언론은 정치 행정적 통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유로워졌으나 경제적 압력과 통제는 심해졌다. 지난해 각 언론사에 대한 광범위한 세무조사와 일부 사주의 구속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의 언론개혁 정책을 평가하면….
“나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언론사 세무조사와 신문사 발행인에게 내려졌던 고소와 유죄 판결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강경조치가 ‘언론 자유’를 관 속에 집어넣는 ‘연계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모든 언론자유 수호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그런 강경조치는 국민에게 정보에 대한 신뢰감과 균형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보도가 정부의 위협아래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언론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진다.”
-올바른 ‘언론 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미국에서도 뉴스 미디어에 대한 개혁은 대중의 요구다. 그러나 정부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세무조사는 당연히 받아야하지만 주체가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언론개혁의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자유시장경제 사회에서 민간 언론사의 경영진은 소유권과 경영권을 침해받지 않을 확고한 권리를 갖고 있다. 그렇지 않고 언론을 국유화하는 것은 결국 권위적인 정부의 암흑 같은 과거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언론자유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전제로 한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화된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
서스만 위원은 언론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보복’이 아니라 ‘화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 개혁의 이름으로 언론사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거나 회사를 파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 이유는 경쟁력 있는 다양한 매체를 육성하는 것이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