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석기 고려대교수, 연극자료 2000점 예술종합학교 기증

  • 입력 2002년 10월 30일 18시 59분


셰익스피어 연구에 평생을 바쳐 온 여석기 고려대 명예교수(사진)가 그동안 모았던 희곡 및 연극 관련 자료 2000여점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한국예술연구소(소장 김춘미)에 기증한다.

기증 자료에는 연극 관련 연구서를 비롯해 연극 프로그램, 연극 잡지, 연극 관련 영상자료, 여 교수의 편지와 일기 및 수고(手稿) 등이 포함돼 있다. ‘자료기증식 및 기념강연회’는 31일 오후 4∼6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캠퍼스 본관 영상원시사실에서 열린다.

1953년부터 1987년 정년퇴임시까지 34년을 몸담았던 고려대가 아니라 별다른 인연이 없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개인자료를 기증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종합대의 많은 자료들 속에 묻히기보다는 직접 전공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뜻입니다.”

그가 종합학교측에 제시한 조건은 단 한 가지. 외부 사람들일지라도 연극 관련자는 열람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여 교수는 “개인 자료들이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활용도’를 고려해서 기증하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연구소는 여 교수의 자료를 ‘여석기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보관할 계획이다. 한국예술연구소에 개인 명의 아카이브가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작년 타계한 원로 영화평론가 이영일씨의 소장자료가 연구소에 기증돼 정리 중이다. 또 원로작곡가 김동진, 음악극 연출가 고(故) 문호근씨의 자료도 기증 절차를 밟고 있다.

여 교수는 영문학자로서 많은 업적을 쌓았을 뿐 아니라, 사재를 털어 10년 동안 계간지 ‘연극평론’을 편집 발행했고 한국극작워크숍을 열어 젊은 극작가들을 키워내기도 하는 등 연극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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