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먼 나라 이웃나라’로 세계 각국의 생활과 문화를 친근하게 소개해온 덕성여대 이원복(56)교수가 인류의 정신 문명을 아우르는 새 시리즈를 내놓았다. 모두 3권으로 구성되는 ‘신의나라 인간나라-세계의 종교 편(두산동아)’는 첫 권에서 종교의 역사와 세계 각국의 종교를 돌아본다.
이번 책에서 처음 책 전체를 컬러로 꾸민 이원복 교수는 종교 편에 이어 내년 3월까지 신화와 철학을 주제로 두 편을 더 낼 계획.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시리즈는 언제부터 기획했나.
“오래 전부터 인류의 정신 문명을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정신 문명의 기본이 되는 종교, 신화, 철학을 만화로 남겨놓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1년 전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특별히 종교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취재했는가.
“우리가 외국을 여행하면 가장 먼저 부딛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종교다. 화려한 신화의 세계를 상상하면서 그리스를 방문하지만 실제로는 그리스 정교를 만나게 된다. 기독교 문명권이라면 교회와 궁전을 만난다. 종교를 빼고 인간 사회를 설명할 수 있을까. 특별히 취재라고 할 것은 없고, 그 동안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여러 책을 참고했다.”
-현대 사회에서 ‘과도한 신앙’은 때로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공격적인 지적도 숨어있는 듯 하다.
“공격적이라는 말은 지나치다. 우선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종교를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국가 종교’는 현대의 ‘개인 종교’로 변화해왔다. 누구나 종교를 선택해서 믿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종교는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이 너무 강한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한국인들에게 여러 종교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출발했다. 결코 비판이나 비난을 위한 책이 아니다.”
-종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종교는 선악의 기본 개념을 잡아주고, 미래에 대한 신념을 준다는 점에서 좋은 면이 있다.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종교다. 그러나 간혹 기업화, 상업화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종교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것이 최근 나타난 종교의 역기능 중 하나다.”
-한국에서의 종교에 대해서, 또 책에서 언급한 각각의 종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국에서의 종교의 특징은 극단적으로 ‘한국화’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불교, 유교, 기독교는 세계 다른 지역의 그것들과는 다른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교의 특성이 있어서 서로간의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세계화 시대에 맞게 ‘이 종교는 원래는 이런 것이었고, 다른 나라에서는 이렇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은 알려야겠다는 의도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종교 또는 문명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책은 장면마다 재치가 번뜩인다. 이런 만화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그간 ‘만화가’로서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노하우일 뿐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재미가 없다면 누가 만화를 보겠는가. 재료를 요리로 먹기 좋게 만들어 내야 프로 작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요즘 학생들과는 유머 감각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만화라는 형식을 사용하면서 내용에 있어서는 언제나 문명 전체를 조명해 왔다. 사고의 폭이 넓고 다양하다는 뜻일텐데, 독서 체험과 경향은 어떠한가.
“특별히 관심 분야를 두고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난독(亂讀)에 가깝다. 작업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꽤 읽는 편인데, 정독하는 책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가.
“신화, 철학편을 끝낸 이후에는 ‘먼나라 이웃나라’ 미국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역사’를 주제로 삼을까 한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통사(通史)로 다뤄보고 싶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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