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강의 주제는 ‘초기불교 승가의 수행과 수행환경’. 논강은 자연스럽게 한국 불교 수행과 환경에 대한 비판적 발언들로 뜨거워졌다. 대표적 선승인 고우 스님(각화사 선원장)이 기조 강연부터 불을 붙였다.
“아쉽게도 지금은 모델로 삼을만한 선지식이 없다. 따라서 사람이 아닌 법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가치관을 바꾸지 않으니 세속의 눈으로 좋은 절, 좋은 차에 연연한다. 좋다 나쁘다, 있다 없다 이원론을 가르치면서 좋은 거 만나게 해주고 나쁜 거 만나지 않게 해 준다면서 시주받는다. 그런 기복불교는 사기다.”
스리랑카에 유학해 초기 불교를 공부한 재연스님(실상사 화엄학림)의 발제와 흥선스님(직지사 성보박물관장)과 세등 스님(남양주 수동재)의 토론이 끝나자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깨달음의 목적은 정신 통일이 아니다. 연기(緣起)를 깨닫는 것이다. 화두참선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 한국불교는 신랑 신부가 서로 누구인지도 모르고 첫날 밤 치르는 것과 같다.”
“위파사나 수행을 하다 지난 결제 때 오랜만에 한국 선방에 들어갔다. 몇 차례 스님들과 법을 논하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다들 말 자체를 꺼려했다. 한국 불교처럼 외적인 수행환경이 잘 갖춰진 곳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그러나 불교에 대한 정확한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수행처에 찾아 오는 일반 관광객들에게 화를 버럭 내는 승려들을 보면서 도대체 수행을 왜 하는지에 대한 자세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토론 중간 중간 일부 승려들은 “다시 깨달음의 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다. 현재 우리 교단 현실을 구체적으로 바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도법 스님은 “최근 불교계에선 수행환경 보존이 제일 큰 문제다. 그렇다면, 사찰에 포크레인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만이 수행환경 보호인가. 이번 논강은 이 문제를 불교적으로 심화시켜 보려 했는데 너무 수행 방법론에만 천착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스님들이) 내면의 강조를 많이 했는데 연기론적으로 볼 때는 안팎이 따로 없다. 바깥이든 안이든 더 성실하게 임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다.” 이날 논강은 자정을 넘겨 끝났으나 소모임별 토론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남원〓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