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지오그래픽]낙산사 홍련암

  • 입력 2002년 11월 6일 17시 42분


소리를 들음으로써 깨닳음에 이른다는 관음수행의 도량 낙산사의 홍련암.  /조성하기자
소리를 들음으로써 깨닳음에 이른다는 관음수행의 도량 낙산사의 홍련암. /조성하기자

소나무 우거진 일출 절경 해안절벽 의상대. 홍련암은 거기서 지척이다. 기도효험이 높다는 소문이 나 시험 철이면 더욱 찾는 이 많은 이 곳.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한국의 3대 관음 성지다.

성지라 함은 관세음보살이 현신한 곳. 관음 성지 세 곳이 모두 바닷가에 있음은 관세음보살이 바다 한가운데 보타 낙가산에서 나타난 데서 기인한다. 그 가운데서도 홍련암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의상 원효 두 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관세음보살의 진신이 사는 곳으로 세간에 알려진지 오래인 곳이다.

그 홍련암에 갔다면 누구나 한 번쯤 법당 안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마루의 ‘구멍’을 찾아서다. 길이 8㎝의 정사각형 구멍. 뚜껑 열고 들여다보았다. 깊이가 10m 쯤 될까. 암자 아래 좁고 긴 바위틈새 아래로 파도가 들락거렸다.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는 관음굴로 알려진 그 바위 틈새다.

홍련암 법당 마루의 구멍을 통해 내려다 본 암자 아래 바위절벽 틈새의 바다.

그런 믿음 때문일까. 좋은 성적 올리게 해달라고 기도한 서너 명이 구멍에 대고 합장한 채 절을 한다. 그 말씀 들으신 한 스님. “마음의 문을 열고 관세음보살의 소리를 들어야지 구멍 쳐다본다고 관세음보살이 보이나”라며 안쓰러워 한다.

홍련암 법당 바닥의 구멍. 그 용도에는 세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관음보살을 보기 위한 것, 파도소리를 들으려는 것, 아니면 둘 다. 그런데 ‘파도소리’론이 귀를 솔깃하게 한다. 법당에 구멍을 뚫어 파도소리를 들었다면 그 이유는 과연 뭘까.

우선 중국으로 가보자. 절강성 보타도의 불긍거 관음원이다. 관음 상주처로 알려진 이 절 역시 해안 바위에 얹힌 형국인데 그 위치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길이 100m 가량의바위 속 U자형 굴 바로 위. 파도소리가 법당 안 관음상 밑에서 잘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

파도소리. 불가에서는 해조음(海潮音)이라 부른다. ‘진정한 삼매는 들음으로써 들어간다’는 말로 관음보살의 수행법인 이근원통(耳根圓通)을 설명한 능엄경을 보자. 사람이 깊이 들어야 할 네 가지 소리(묘음 관세음 범음 해조음)가 있다. 해조음은 그 중에서도 보통 사람이 가장 듣기 쉬운 소리. 관음도량이 바닷가에 있고 법당 바닥에 구멍까지 내어 파도소리를 듣는데는 그런 연유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흥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조음이 뇌의 알파파(α波)를 활성화시킨다는 것. 가청주파수(20∼2만㎐) 밖의 알파파(8∼13㎐)는 사람이 편히 쉬거나 명상에 몰입할 때 많이 나타나는 데 지속되면 정신 집중력이 높아지고 피로회복도 빨라진다는 것. 이 사실을 밝힌 이는 일본 니혼대의 겐지 호타 교수로 그는 4년 전 서울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했었다.실험결과 파도 가운데서도 바위에 부딪치는 것보다는 넓은 백사장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것에서 알파파가 더 많이 측정됐다고 했다.

길고도 고통스러운 입시지옥, 고단하고 따분한 도시를 등지고 휴식을 찾아 겨울바다를 찾아 떠날 여행자들. 올 겨울 낙산사 홍련암을 찾을 이유는 이리도 분명하다. 서라운드 스피커나 다름없는 법당 바닥의 구멍을 통해 해조음을 들으며 관음수행도 접해보고 지척의 낙산해변에서 파도소리 감상하며 해변산책도 즐길 수 있으니까.

양양〓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이색숙소…7호넷 비치 횟집▼

60년대 후반. 홍련암 옆 의상대 절벽 아래 돌무더기 해변에는 엉성한 지붕의 횟집촌이 있었다. 낙산해변의 명물 전복죽이 태어난 곳이다. 그러나 모두 70년대 초반 국립공원 계획에 따라 철거돼 모두가 낙산해변의 백사장 바로 앞으로 옮겨갔다.

수많은 횟집과 모텔이 들어서는 바람에 번화가로 변한 낙산해변(강원 양양군 강현면)의 송림. 전복죽을 끓여내던 오리지널 횟집은 지금도 거기서 성업중이다. 그 횟집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7호’‘8호’ 식으로 간판에 숫자가 적혀 있으면 틀림없다. 철거 전 횟집은 모두 상호가 번호였기 때문.

그로부터 30여 년. 그 ‘번호 횟집’ 가운데 하나인 ‘7호 횟집’(주인 최종락)이 콘도형 객실(2∼6층·총 24개·사진)과 횟집(1층)을 갖춘 고급숙소와 식당으로 환골탈태했다. 상호도 ‘7호 넷(Net) 비치횟집’으로 교체.

위치는 낙산해변 중앙의 분수대와 소나무숲가(도립공원 사무소 앞). 해변과 바다를 향한 정면에 건물이 없어 모든 객실이 오션 뷰(해변과 바다풍경 조망권)다. 겨울에는 방안에서 해돋이도 볼 수 있다고. 건물 옆과 뒤 주차장(낙산B지구)도 넓다.

샤워장 주방(휴대용 가스조리기구) TV 냉장고가 갖춰져 있다. 침대방 온돌방이 각각 12개. 주중 5만, 주말 6만5000원. 033-672-2270, 016-398-2270

양양〓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홍련암 △찾아가기〓영동고속도로∼7번 국도∼양양∼5.8㎞(낙산해수욕장) △전화(지역번호 033) ①낙산사 종무소〓672-2448 ②홍련암〓672-2478 △낙산다래헌(033-671-5632)〓낙산사와 홍련암 갈림길에 있는 전통한옥 찻집. 파도소리 들으며 차 마시기 좋은 곳.

●함께 떠나요

토요일 오후 서울을 출발, 낙산해변의 7호넷비치횟집의 콘도에서 숙박하고 의상대 해맞이 및 낙산해변 산책 후 설악산(혹은 설악워터피아 온천욕)과 하조대 등대에 들르는 1박2일 일정의 패키지. 9, 16, 30일 출발, 8만5000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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