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맞춤셔츠]30,40대 직장인에 인기…개성-가격 딱

  • 입력 2002년 11월 7일 17시 03분


안재만 사장이 하얏트호텔의 ‘림스 테일러’에서 치수를 재고 있다./신석교기자
안재만 사장이 하얏트호텔의 ‘림스 테일러’에서 치수를 재고 있다./신석교기자
소매 끝동에 영문 이름 이니셜이 새겨진 맞춤 와이셔츠를 입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계 기업 직원들 사이에 주로 유행하던 것이 최근에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30, 40대 직장인에게도 널리 퍼지는 추세.

3년 전부터 와이셔츠를 맞춰 입고 있는 홍보대행사 애플트리의 안재만 사장(34)은 “사람들을 만날 때 소매 끝동을 먼저 보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이니셜이 새겨져 있으면 ‘뭘 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최근 강남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맞춤 와이셔츠를 입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은 서울 이태원. 외국인 손님이 많아 외국의 첨단 유행을 빨리 따라가는 데다 비교적 싸기 때문.

그 중 유명한 곳은 해밀턴호텔 맞은편 ‘워싱턴 커스텀 테일러’와 ‘해밀턴 셔츠’. ‘워싱턴’의 정주현사장은 “각국 대사관, 외국계 금융기관 직원들이 주요 손님이고 차인표 유오성씨 등 연예인과 아나운서들도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해밀턴’의 벽에는 스카니아, 에릭슨, KPMG 등 외국계 회사와 서울 시내 특급 호텔 직원들의 명함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손님들은 2평 남짓한 매장에서 다른 손님들 틈에 끼어 치수를 잰다.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 곳을 찾는 것은 색상과 재질의 조합이 1000종이 넘는 다양한 원단과 3만원 안팎의 싼 가격 때문. 정 사장은 “젊은 손님들은 아르마니나 휴고보스 같은 명품 셔츠를 갖고 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행을 많이 타는 칼라는 요즘 칼라의 양 끝 사이가 많이 벌어진 ‘스프레드(spread)’ 스타일이 유행이다.

‘스프레드’에는 세 종류가 있다. 넥타이를 매면 양쪽 칼라가 이루는 선이 넥타이와 직각이 될 정도로 칼라 끝이 올라간 ‘풀(full) 스프레드’부터 그것보다 조금 내려온 ‘스프레드’, 조금 더 내려와 레귤러에 가까운 ‘하프(half) 스프레드’로 구분된다.

색상은 흰색과 청색 등 기본 색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 무늬는 작은 체크가 유행을 타고 있다. 무늬가 없는 무지 스타일도 꾸준한 강세.

가격이 싸서 혹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품질은 아닌 지 궁금했다. ‘워싱턴’을 찾은 한 제약회사 사장(57)은 “백화점에서 20만원을 주고 맞춘 와이셔츠와 품질에서 크게 차이가 없어 올 초부터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5년째 ‘해밀턴’의 단골인 한 유럽 국가의 대사는 “아무리 싸도 품질이 나쁘면 오겠느냐”고 말했다.

하얏트호텔과 힐튼호텔의 ‘림스 테일러’, JW메리어트호텔의 ‘렉스’, 노보텔앰배서더강남의 ‘쉐프’ 등 시내 특급호텔에도 와이셔츠 전문점이 있다. 국산 원단을 사용할 경우 5만∼8만원대이며 수입 원단은 10만원을 넘는다.

‘림스 테일러’의 오금남 사장은 “젊은 사람들의 체형이 예전과 달라져 기성복에서 딱 맞는 사이즈를 찾기 힘들어진 것도 맞춤 와이셔츠가 유행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팔이 길어져 기성복을 살 때 목 사이즈를 맞추다 보면 소매가 짧은 경우가 많다는 것.

오 사장은 “어깨가 목높이까지 올라가 뒤에서 봤을 때 ‘일자형’이면 양쪽에 주름을 잡아주어야 꽉 끼지 않으며 어깨가 정상적인 기울기로 처진 사람은 가운데 한 개의 주름만 만드는 게 알맞다”고 조언했다.

맞춤 와이셔츠는 고객의 사이즈가 보관되기 때문에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받을 수 있다. 택배료는 본인 부담.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