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주르당 셔츠 등을 판매하는 ㈜주영의 정용화 사장(55)은
카운테스마라 넥타이 등을 판매하는 ㈜클리포드의
김두식 사장(50)을 지난해 3월 승마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조깅은 말할 것도 없고 스키, 수상 스키, 골프, 경비행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운동과 레저를 섭렵해 봤지만 승마는
완전히 또 다른 세상이더군요. 기계나 도구가 아닌 살아있는
짐승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 묘한 즐거움을 주죠.” (정 사장)
더위에 약하고 추위에 강한 말의 특성상 가을과 초겨울은
야외 승마의 제철로 꼽힌다. 중년의 두 승마 애호가가
승마 시즌의 절정을 맞아 경기 용인시 기흥읍 지곡리
신갈승마장을 찾았다.》
●기수와 말 궁합 맞아야
정 사장이 탄 말은 호주산 암컷으로 이름은 ‘블랙 문’. 김 사장의 말인 ‘줄리아나’ 역시 호주산 암컷이었다. 신갈승마장의 오창건 교관은 “초급자들이 타기에 좋은 순하고 착한 말로 골랐다”고 말했다. 오 교관은 “주로 활발한 성격의 말은 내성적인 기수와, 소심한 말은 밝은 성격의 사람과 궁합이 잘 맞는다. 꼭 사람들의 남녀관계 같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성격의 두 사장에게 얌전한 두 암말은 제법 좋은 파트너인 셈. 하지만 1시간 이상 연습이 계속되자 말들이 먼저 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 이 녀석이 자꾸 트랙에서 벗어나려고 하네. 신기하게 교관이 안 볼 때만….” (김 사장)
“블랙문은 자꾸 축사쪽 문으로 가. 여기가 문인지 어떻게 알았지?”(정 사장)
줄리아나와 블랙문은 무서운 교관과 코치가 보는 앞에서는 발걸음도 가볍게 따각따각 발랄한 소리를 내며 걷다가도 이들이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라치면 관절에서 절도(節度)가 사라지곤 했다.
김성민 코치는 “잠든 김유신 장군을 싣고 그의 단골 기방으로 향했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말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은 특히 기억력이 좋다. 자신을 괴롭혔거나 지나치게 장시간 타는 끈질긴 기수가 나타나면 콧김을 뿜으며 반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신을 쓰다듬어 주고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는 귀를 쫑긋 세워 인사를 하거나 긴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승마를 배우기에 적당한 나이는 따로 없다. 말을 타고 내리기에 이점이 있고 말의 몸에 다리를 밀착시키기 편한 ‘롱다리형’이 조금 더 유리할 뿐. 신체조건보다는 말을 타는 사람이 얼마나 동물을 좋아하느냐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동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빨리 말과 친해지고 빨리 배운다”고 말한다.
체육 과목의 한 종목으로 승마를 배우는 덴마크 호브로시의 명문 사립학교 ‘스칼프 애프터스쿨 기숙학교’에서는 속도로 승마 성적을 산출하지 않는다. 대신 일정 코스를 거쳐 제한된 시간 안에 들어오되 골인 후 말의 맥박, 숨소리 등을 점검해 말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뛰었는지, 말이 화가 나 있지는 않은지 등을 측정한다. ‘승마는 말과 사람이 함께 즐기는 운동’이라는 가르침을 평가 방법을 통해 체득하게 하는 것.
집에서 애완견으로 코커 스파니엘과 푸들을 키우는 정 사장과 슈나우저를 기르는 김 사장은 ‘일단 유리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랫배 들어가고 허리는 꼿꼿
“아랫배가 들어가니까 좋은 것 같아요. 아랫배 나온 남자…. 정말 매력 없잖아요? 그것도 패션업체 사장이 말이에요.” (김 사장)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다리에 힘을 주니까 하체 근육 발달에도 도움이 되겠어요.” (정 사장)
한양대 생활스포츠학부 김동환 교수는 승마의 가장 큰 운동 효과로 △군살 감소 △판단력 및 조정 능력 확대 △자세 교정 등을 꼽았다. 특히 허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어깨를 펴고 앉는 것이 가장 편한 승마 자세인 만큼 습관적으로 허리와 어깨를 움츠리고 앉는 직장인들의 자세 교정에 큰 도움이 된다.
운동량도 많은 편.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느린 걸음인 평보와 빠른 걸음인 속보를 반복하면 1시간 동안 약 2500∼3000㎉가 소모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애완 동물을 기르는 효과와 똑같이 책임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승마가 성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낭설. 서울성의학클리닉의 설현욱 원장은 “발기를 하면 길게는 80㎝∼1m 늘어나는 말의 성기 때문에 승마와 섹스를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사람도 있지만 정신적인 만족 외에 직접적인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승마 패션
승마를 하려면 옷을 제대로 갖춰 입는 것도 중요하다. 과천 승마교육원 내 승마용품점인 준마화점의 유명균 사장은 “무릎까지 올라오는 소가죽 구두, 장딴지 안쪽 또는 무릎에 인조 가죽을 덧댄 승마바지, 포멀한 승마 재킷, 머리를 보호하는 승마용 헬멧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소가죽 맞춤 장화는 30만원대, 기성품은 25만원대. 승마용 바지는 국산 10만∼15만원, 수입품 15만∼28만원대다. 낙마를 하거나 장애물과 충돌했을 때를 대비한 필수품인 헬멧은 4만∼25만원대에 판매된다. 수입품은 독일산을 최고로 친다.
승마용품은 각 승마장의 용품 매장 및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한다. 1837년 안장과 마구용품으로 사업을 시작한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나 루이뷔통,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들도 안장, 채찍, 승마용 신발 등 각종 승마용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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