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占 卜(점복)

  • 입력 2002년 11월 7일 17시 59분


占 卜(점복)

占-점칠 점 壽-목숨 수 鑑-거울 감

蛇-뱀 사 債-빚 채 盛-성할 성

중국 사람들은 龍(용), 기린, 봉황, 거북을 ‘四靈’(사령)이라 하여 神聖(신성)하게 여긴다. 각기 天子(천자), 太平聖代(태평성대), 吉祥(길상), 長壽(장수)를 상징한다고 여겼다. 과연 거북이는 動物(동물)로는 학, 사슴과 함께 당당하게 十長生(십장생)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거북이란 놈은 선천적으로 避凶就吉(피흉취길, 흉한 것은 피하고 吉祥스러운 곳으로 나아감)의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長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놈의 靈驗(영험)을 빌어 占을 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껍질을 말린 다음 불에 달군 송곳으로 뚫어 이 때 생겨난 금을 보고 吉凶을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 금의 모습에서 나온 한자가 ‘卜’이며 점쟁이가 ‘卜’을 보고 점괘를 설명하고 있는 글자가 ‘占’이다. ‘卜’에 입을 뜻하는 ‘口’가 덧붙어 있다. 龜鑑(귀감)은 이처럼 거북이를 가지고 占을 쳤던 데서 나온 말이며 금이 여러 개 합쳐진 것이 ‘兆’(조)다. 徵兆(징조)니 兆朕(조짐), 吉兆(길조), 凶兆(흉조)가 있다.

후에 오면 筮竹(서죽)이라고 하는 일종의 대나무 가지를 이용하여 占을 치기도 했다. 우리말로 ‘산 가지’가 되겠는데 지금도 점쟁이들이 비슷한 것을 가지고 占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부터는 거북이 등에 나타난 금을 보고 판단하는 것을 卜, 筮竹으로 판단하는 것을 占이라고 불렀다.

요즘 占집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붐빈다고 한다. 大選(대선)에다 수능시험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용하다’는 집은 長蛇陣(장사진)을 칠 정도라고 한다. 不安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혹은 앞날을 짚어보기 위해 占을 치는 사람들이 門前成市(문전성시)하는 탓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매년 占을 보고 지불하는 卜債(복채)가 수천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런 奇異(기이)한 현상이 기성세대 못지 않게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니 男女老少(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국민이 占을 보는데 열중한다는 이야기다. ‘占術의 王國’이란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宗主國(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불안한 심리야 이해가 가지만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오늘날 占 집이 盛況(성황)을 보인다면 우리 사회의 한 구석이 단단히 병들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물론 좋은 현상이 아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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