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손아랫사람을 대하는 데는 엄격함과 관대함을 겸해야 한다. 너그러운가 하면 매섭고 차가운가하면 따뜻해야 한다. 남의 수장(首長)이 되자면 온(溫)과 냉(冷), 그리고 엄(嚴)과 관(寬)을 겹쳐서 양수겸장 할 줄 알아야 한다. 엄격함을 짝하지 못하면 관대함은 나약(懦弱)함이 될 것이고 관대함을 더불지 못하면 엄격함은 가혹함이 될 것이다.
먼저 엄함을 들여다보자. 때는 일제 시대, 장소는 총독부의 한 강당이다. 전국의 큰절의 주지들을 내려다보는 연단(演壇)에 만공 스님께서 올라섰다.
“세상에서 몹시 더러운 것은?” 화두가 이렇게 던져졌다. 누군지가 ‘똥’이라는 대답을 하자, 만공은 그 보다 더 추한 게 뭐냐고 물었다. ‘송장’이라는 대답을 물고 만공이 “그것들 보다 더 극악하게 추한 게 있을 텐데?”
다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니 설법은 않고 내쳐 이상한 질문만 던지니 다들 어리둥절했다.
멍청해 있는 주지들에게 대갈일성(大喝一聲), 벼락이 떨어졌다.
“똥보다 송장보다 누추한 것은 바로 너희들이다!”
일인 총독이 식민지 정책에 협조하라고 해서 마련한 자리였으니, 당대의 가장 큰스님이던 만공은 이같이 사자후(獅子吼)를 한 것이다.
엄(嚴)은 이 지경에 높여져야하는데 관(寬)은 어떨까?
“한 집안의 가장인 선비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어라. 한데 세수하러 뜰에 나갈 때, 발자국 소리내지 말라. 일에 지쳐서 어제 밤 늦게야 잠든 아랫사람들의 단잠 설치게 하지 말지어다.”
이건 율곡 선생의 다사로움이다. 이 대목을 ‘율곡집’에서 읽는 사람은 문득 미소지을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