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오랜 차(茶) 역사를 가진 한국으로부터 이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습니다.”
7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명원문화재단의 명원 차(茶) 문화상 시상식 주인공들이 주고받은 덕담이다. 수여자 김의정(金宜正·61) 이사장과 수상자 센 소시쓰(千宗室·79)가 바로 그들.
센 박사는 강의와 문화교류를 통해 다도를 전 세계에 소개한 점을 인정받아 국제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3년전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발족한 ‘한일 문화교류회의’의 일본측 위원이기도 하다.
센 박사는 일본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 일본 다도의 최고 명가 우라센케가의 15대 종손이다. 일본 다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센 리큐(千利休·1522∼1591)의 후손인 것이다.
“센 리큐는 일본의 조선 출병에 반대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할복을 명령받고 죽었습니다. 그는 문화가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온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러한 한국을 침략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지요. 이같이 차를 나눠 마시면서 남과 화합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본 다도의 기본 정신입니다.”(센 소시쓰)
이날 시상식은 한국과 일본 다도계 대표의 만남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김 이사장은 1995년 어머니 고 김미희여사의 호를 딴 재단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전통 다도 보급에 힘쓰고 있다. 김 여사는 쌍용그룹 창업주 고 김성곤씨의 부인으로 김 이사장은 둘째딸이다. 김 여사는 남편을 따라 일본에 살 때 ‘한국에 다도가 있느냐’고 묻는 일본인들에 자극받아 전통 다도 복원에 열정을 쏟았다. 김 여사의 뜻을 이어받은 김 이사장은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궁중 다례의식 보유자로 인정받아 무형문화재가 됐다.
“우리나라의 다도 역사는 2000년을 헤아리지만 조선시대를 거치며 맥이 끊겼습니다. 일본 다도 명가의 500년 역사가 부럽습니다. 우리나라의 다도를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여자와 수상자는 “다도는 배려하는 마음을 싹트게 해 차를 마시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평화롭게 한다” “차를 통해 한일관계 발전에 기여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