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전북대 교수)과 김성한(객원 트레이너), 김은희(김은희무용단 대표)와 박호빈(댄스컴퍼니조박 대표), 강미선(한국체육대 교수)과 제임스전(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 안은미(대구시립무용단장)와 임혜경(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화가 이만익을 파트너로 택한 박인자(숙명여대 교수), 그리고 3쌍의 2인무를 들고 온 서울발레시어터.
이들을 모아놓으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김은희와 박호빈, 김원과 김성한. 특히 이 두 쌍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는 특별했다. 이들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이들의 뛰어난 기량에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대 이상’의 감동은 없었다. 빛과 어둠 사이에서 긴장과 완화, 동(動)과 정(靜)의 충돌과 화합을 보여주는 이들의 무대는 ‘아직’ 함께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어울림을 낳지는 못했다.
오히려 3쌍이 무대에 올라 정통 발레의 2인무를 보여준 서울발레시어터의 안정된 몸짓이 더많은 갈채를 받았다. 6인의 무용수는 경쾌하고 강렬한 이국적 음악 속에서 아름다운 선(線)을 맘껏 보여줬다.
역시, 안은미의 일탈과 충격은 이번에도 계속됐다.
그는 객석에도 옅은 빛을 ‘허락’하여 무대와 객석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줄였고, 무대 장치를 하는 동안 이미 공연은 시작됐다. 파리 분장을 5명의 무용수들이 귀여운 몸짓으로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후 상반신을 다 드러낸 채 빨간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그가 파리채를 들고 무대를 ‘점령’했다.
그래도 예전의 장난끼는 조금 가다듬고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도 이제 어깨에 ‘힘’을 주기 시작한 것일까? 정제되고 정확한 발레의 정수를 보여주는 발레리나(임혜경)에 맞서 그는 자신의 ‘자유’를 만끽했지만, 규범과 억압을 상징하는 발레리나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는 ‘관대함’도 보여줬다. 예전의 ‘안은미’를 기대하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변화’이자 ‘아쉬움’이기도 했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