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폭소로 인해 긴장됐던 회의 분위기는 일순간 부드러워졌다.
정치인의 리더십은 상당 부분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그들은 만인의 일상사인 섹스를 자주 화두로 삼는다.
정치인이 무심코 던지는 음담패설에는 나름의 전략과 전술이 있다.
상스럽거나 저질로 흐르지 않게 품격을 유지할 것. 즉흥적인 애드리브인 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음담패설할 것. 정치 상황에 교묘히 빗댈 것.
기발한 아이디어를 메모하거나 200여개의 음담패설이 수록된 노트를 들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암기하는 정치인도 있다.
한 정치인은 말했다.
“몇몇 의원은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재미있고 유쾌한 음담패설을 해 대통령으로부터 칭찬과 총애를 받아 주변의 부러움을 삽니다.”
국회의원 B씨는 사석에서 전직 대통령의 형편없는 영어수준을 빗댄 농담을 잘한다.
“이번에 XX가 미국에 갔을 때 영어로 말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나봐. 식당에서 식사 도중 포크를 떨어뜨렸는데, 뭐라고 한 줄 알아? ‘오 마이 조∼옷’. ‘오 마이 갓(Oh, my god)’에서 ‘g’를 ‘ㅈ’으로 틀리게 발음한 거야.”
한나라당 국회의원 C씨는 지난해 당 고위직의 편협한 인맥 형성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섹스를 마누라하고만 합니까. 유부녀도 만나고 술집 여자와도 섹스하는 것처럼 다들 혼외정사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섹스처럼 정치를 하셔야죠. 노선과 이념이 딱 들어맞지 않아도 90도로 허리 굽혀 절한 뒤 파트너로 맞아야 합니다.”
2000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당시 국회의원 D씨는 비공식 석상에서 후보자들의 연설기교를 섹스 테크닉에 비유해 표현했다.
“XXX은 기술은 좋은데 전위행위만 열심히 해서 영 실속이 없어. XXX은 여자 몸 위에 오를 때에는 위풍당당하고 힘있는 것처럼 과시했다가 맥을 못 추고 내려오고…. XXX은 의외로 뒷심이 좋아. XXX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고 세게 밀어붙이고….”
5선 국회의원 E씨는 “정치 연설과 여자 치마는 짧을 수록 좋지”라는 식으로 평소 상황에 따라 음담패설을 즐겨 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정치권에서 꽤 무게를 잡는 3선의 국회의원 F씨도 술자리에서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남편이 워낙 추근대자 마누라가 10만원을 주면서 밖에서 해결하라고 했지. 그런데 집을 나간 남편이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되돌아 온 거야. 10만원 중 5만원을 남긴 채…. 남편 왈, ‘문 밖에 나섰는데 옆집 여자가 어디 가냐고 물어 솔직히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절반 값에 해결해 주더라.’ 그러자 마누라가 버럭 화를 내며 말하는거야. ‘그 X 아주 나쁜 X이네. 난 자기 서방에게 공짜로 해줬는데, 뭐 5만원이나 받아!’”
정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좌중의 분위기를 친근하게 만들고 자신의 정치적 힘을 육체적 힘에 빗대 과시하기 위해 음담패설을 한다.
50, 60대 의원들이 “아직도 아내와 1주일에 1번 이상 섹스를 한다”, “무릎을 굽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체조를 하면 밤에 아내가 좋아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음담패설의 도가 지나치면 비뚤어진 유흥문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 여의도에서 30, 40대 일부 의원이 즐겨 가는 술집은 여성 접대부들이 상반신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접대하는 곳이다. 이들은 분위기가 고조되면 완전 나체가 돼서 뒤엉킨다고 알려져 있다.
한 정계인사는 “정치인들은 섹스에서 얻는 자극보다 정치를 통한 자극이 강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섹스에 무능할 수도 있다”며 “질퍽하게 밤문화를 즐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여성 정치인은 남성 못지 않은 과감하고 걸걸한 입담으로 대다수 남성 정치인의 음담패설에 맞서 분위기를 제압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음담패설로 그들만의 ‘웃음 권하는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의 음담패설에는 권력을 향한 집념과 외로움, 웃음은 탈(脫) 권위를 뜻한다는 이탈리아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웃음 철학, 여성 비하적 발상 등이 적당 비율로 혼합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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