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천문관측 기록은 관련 사료 전체의 사실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정연한 물리법칙을 따라 일어나는 천문 현상은 수천 년 전의 것이라도 정확히 추적해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천문관측은 역법(曆法) 및 농사법의 기초가 되며 당시의 문화 수준을 미루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천문 관측 자료의 이러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저자(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는 천문 관측자료의 가치를 알리고 사료부족으로 공백이 많은 우리 고대사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고대 사료의 천문 관측기록을 면밀히 분석했다. ‘한단고기’, ‘단기고사’,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우리 민족의 고대 사료를 검토한 그는 “우리나라는 중국과 더불어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천문 현상들을 꾸준히 관측해 기록해 온 특별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는 ‘한단고기’와 ‘단기고사’의 오행성의 결집과 썰물 기록 등이 실제와 합치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한국사학계에서 신빙성 있는 자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 두 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삼국사기’의 천문기록을 분석한 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주된 천문 관측지가 모두 한반도가 아닌 만주, 몽골, 양쯔강 유역에 이르는 중국 지역이었다며 삼국의 위치가 이 지역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그동안 학계에서 무시돼 온 일부 재야 ‘민족주의’ 사학자들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한단고기’와 ‘단기고사’의 천문기록이 중국의 기록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단군조선에서 직접 관측한 것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천문기록의 주 관측지가 지금의 중국지역이라는 사실도 ‘그 관측기록이 삼국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중국의 관측기록을 토대로 한 것일 수 있다’는 학계의 반론을 뒤집기는 어렵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