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제막식에는 나주향교를 비롯해 인근 함평, 영광, 영암향교의 유림들과 나주 정씨 문중 인사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숭모단과 별도로 제작된 2개의 비석은 나주 정씨 4대조의 24세손인 정병례(鄭昺例·56)씨가 국내 최초로 전각기법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기존의 비석과는 모습이 전혀 달랐다.
전각은 나무나 돌 혹은 옥이나 금같은 데에 전서(篆書), 예서(隸書)와 같은 장식적 요소가 강한 글씨나 그림 등을 새기는 조형예술.
우선 직사각형 모양의 ‘숭모단비(崇慕壇碑)’는 높이 2m70㎝, 폭 1m의 크기로 3개면에 마을의 탄생을 상징하는 태양과 집, 마을 사람 등 동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비의 뒷면에는 나주 정씨의 역사가 국한문 혼용체로 씌여있다.
또 높이 3m, 폭 1m의 ‘발상지지비(發祥之地碑)’에는 나주 정씨 시조가 태어난 시중동마을 앞 영산강을 형상화한 그림이 조각됐다.
제막식 후 정씨는 현장에서 자손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자자손손(子子孫孫) 영보(永寶)’라는 글씨가 쓰인 15m의 천을 접었다가 한순간에 펼치며 달려가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정씨는 “기존의 비석들이 천편일률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줘 조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자연친화적이고 누구나 쉽게 비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각기법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KBS 드라마 ‘왕과 비’와 ‘명성왕후’, SBS 드라마 ‘대망’ 등의 타이틀을 전각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전각박물관을 세우는 게 꿈이다.
나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