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에 전각기법 도입한 예술가 정병례씨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9시 09분


동양의 독특한 예술장르인 전각기법을 비석에 도입한 정병례씨.나주〓정승호기자
동양의 독특한 예술장르인 전각기법을 비석에 도입한 정병례씨.나주〓정승호기자
24일 오전 전남 나주시 동강면 시중동마을 어귀에서 열린 나주 정씨(鄭氏) 숭모단(崇慕壇) 제막식은 전각(篆刻) 기법을 이용해 만든 비석 2개와 퍼포먼스로 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제막식에는 나주향교를 비롯해 인근 함평, 영광, 영암향교의 유림들과 나주 정씨 문중 인사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숭모단과 별도로 제작된 2개의 비석은 나주 정씨 4대조의 24세손인 정병례(鄭昺例·56)씨가 국내 최초로 전각기법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기존의 비석과는 모습이 전혀 달랐다.

전각은 나무나 돌 혹은 옥이나 금같은 데에 전서(篆書), 예서(隸書)와 같은 장식적 요소가 강한 글씨나 그림 등을 새기는 조형예술.

우선 직사각형 모양의 ‘숭모단비(崇慕壇碑)’는 높이 2m70㎝, 폭 1m의 크기로 3개면에 마을의 탄생을 상징하는 태양과 집, 마을 사람 등 동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비의 뒷면에는 나주 정씨의 역사가 국한문 혼용체로 씌여있다.

또 높이 3m, 폭 1m의 ‘발상지지비(發祥之地碑)’에는 나주 정씨 시조가 태어난 시중동마을 앞 영산강을 형상화한 그림이 조각됐다.

제막식 후 정씨는 현장에서 자손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자자손손(子子孫孫) 영보(永寶)’라는 글씨가 쓰인 15m의 천을 접었다가 한순간에 펼치며 달려가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정씨는 “기존의 비석들이 천편일률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줘 조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자연친화적이고 누구나 쉽게 비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각기법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KBS 드라마 ‘왕과 비’와 ‘명성왕후’, SBS 드라마 ‘대망’ 등의 타이틀을 전각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전각박물관을 세우는 게 꿈이다.

나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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