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단순히 세계 명산을 기행한 것이 아니라 산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취재했다. 개발의 톱질에 사라지는 아마존의 원시림,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에베레스트, 숲을 태워 목장을 만든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뉴질랜드의 속살을 보여준다. 자연과 하나 돼 무욕의 삶을 살아온 히말라야의 네팔인들도 1990년대부터 환경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도벌 단속 활동을 하고 있는 까미 도르지는 “나무가 잘리면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인식에 공감하면서 3년 전부터 도벌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연간 1억명이 찾아도 쓰레기가 없는 후지산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일본은 1950년대부터 ‘국토녹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대대적인 식목운동을 펼쳤다. 일본의 산림보존 개념은 ‘언제까지나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산’이었고, 이를 토대로 ‘후지산에 자연 숲을 만드는 모임’ 등 민간단체만 581개가 활동중이다. 삼림욕의 발상지 아카자와도 400여년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부터 ‘보호림’으로 지정돼 편백 숲을 이루고 있다.
부자 나라의 숲이 일찍이 관리와 경영의 대상으로 보호를 받았다면, 가난한 나라의 숲은 20세기 후반에서야 간신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숲은 인간의 간섭을 싫어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새롭게 가꿀 수밖에 없는 숲도 있는 법이다.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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