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美 정치체제 고민과 대안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7시 05분


‘미국 역사상 가장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2000년 대선 이후, 갤럽은 그 해 12월에 미국인의 정치 성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전국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42%의 국민이 ‘민주 공화 양당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지난 세기 미국 정치를 이끌어왔던 양당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의 미래·1면)

어쩐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책이란 점에서 ‘정치의 미래’를 소개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양당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증거랍니다. 첫째는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시대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 둘째, 지난 세기의 사상과 관습에 얽매여 다음 세기의 과제를 해결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인데요. 양당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소외감을 느끼는 다수의 온건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시스템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우리도 주목할 만합니다.

‘경도와 태도’(2면)는 9·11사태 이후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입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칼럼집이죠. 프리드먼이 중립적 지식인이긴 하지만 확고한 미국적 가치가 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간에 과연 우리는 미국과 미국인의 의식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최근 독서방법론에 대한 책을 읽다가 ‘저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글을 읽는다. 씌어진 내용을 움직일 수 없는 완성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구절에 새삼스럽게 공감이 가더군요. 물론 ‘책의 향기’ 독자들은 늘 비판적인 독서법을 적극 활용하는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국내 저작물로는 ‘세계의 숲으로 가다’(3면)와 ‘인텔리겐차’(5면)에 비중있게 다루었습니다.

고미석기자 출판팀장·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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