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Wald)은 한 음절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동화와 경이의 세계가 숨어 있다.’
독일연방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테오도어 호이스가 한 말이다. 그렇다. 숲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지상에서 가장 복잡한 생태계’라거나, ‘재생 가능한 자연자원’ 또는 ‘환경자원’이라고도 일컬어지듯 실로 다양하다. 경제와 환경과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자원의 독특한 속성 때문에, 그리고 숲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때문에 숲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쉽지 않은 일에 일선 기자들이 나섰다. 그것도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판이한 5대륙 20개국의 산과 숲을 대상으로 해서 말이다.
이 책은 오늘날 전개되는 숲(산 또는 자연)과 인간의 다양한 관계를 담고 있다. 그것은 숲을 가꾸고 지키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지만, 계획 없이 개발하고 훼손하면 삶의 터전조차 지킬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나무와 숲과 사람은 하나고, 숲과 바다가 하나인’ 이유를 전달하는 캐나다 밴쿠버섬의 온대우림 이야기나, 3대째 숲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여전히 숲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기만 한 독일 헤센주 산림공무원의 이야기는 사람과 숲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개발의 톱질로 사라지는 아마존 열대림, 숲을 태워 목장을 만든 인간의 욕심 때문에 뉴질랜드가 치르는 대가에 대한 생생한 숲의 경고는 사람과 숲이 어떤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지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 되묻고 있다.
이 책은 2002년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를 맞아 동아일보가 기획 연재한 ‘산과 사람’시리즈의 이야기를 보완 확대하여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히말라야, 융프라우, 몽블랑, 모세산, 킬리만자로, 올림포스산, 태산(泰山)과 같은 세계 여러나라의 명산과 함께 일본, 태국, 베트남, 미국, 페루 등지의 국립공원도 다루고 있다.
여러 필자가 쓴 글을 모은 책이라 일관된 흐름이 부족하고 숲과 산과 국립공원을 모두 다루다 보니 주제도 산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이런 약점을 상쇄할 만한 장점도 많다. 이 책을 통해, 일본 캐나다 인도네시아 네팔 등지에서 산과 숲을 매개로 전개되는 다양한 보전활동이 오늘날 우리 시민사회가 전개하는 다양한 숲 운동(생명의 숲, 학교 숲, 평화의 숲)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일도 그 하나다. 적정규모의 산업을 유지시키고자 막내아들에게 숲을 물려준 독일 흑림지대의 문화적 전통, 방사림으로 녹색 만리장성을 구축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현실, 숲의 다양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다목적 산림경영을 실시하는 미국의 산림정책, 정부의 강력한 녹화정책으로 녹색 도시로 변한 호주의 캔버라와 브라질의 쿠리티바의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쉬 발견할 수 없는 이 책만의 장점이다. 직접 발로 누비며 쓴 현직 기자의 체험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 영 우 국민대 교수·산림자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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