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혈압이란 무엇인가?
A:혈압은 심장의 수축력으로 혈액이 혈관을 통해 온몸을 돌 때 혈액이 혈관 벽에 미치는 힘이다. 혈액은 동맥을 통해서 온몸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정맥을 통해 되돌아온다. 고혈압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동맥의 혈압을 잰다. 혈압은 심장의 수축력에 의해 뻗어가려는 힘, 역류하려는 힘, 혈관의 굵기와 탄성 등 ‘3요소’에 의해 정해진다. 심장의 좌심실이 수축해서 혈액이 가장 힘차게 뻗어갈 때 혈압을 수축기 혈압, 심장이 확장되고 혈액이 역류하려는 힘이 강해져 가장 약하게 뻗어갈 때의 혈압은 이완기 혈압이라고 한다.
Q:온몸의 혈압은 같은가?
A: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다리의 혈압이 팔의 혈압보다 높으며 인체에서 오금의 혈압이 가장 높다. 병원에서는 주로 팔의 혈압을 재는데 발목 혈압을 재서 팔 혈압과 비교하면 실핏줄에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한편 정맥의 혈압은 동맥 혈압의 20분의 1 이하로 낮다.
Q:혈압은 하루 내내 일정한가?
A:아니다. 혈압은 재는 시간과 장소, 피측정자의 심리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대개 오후 3시에 가장 높고 오전 3시에 가장 낮으며 잘 때 뚝 떨어진 상태로 유지된다. 하루 중 수축기 혈압은 40∼50㎜Hg, 이완기 혈압은 10∼20㎜Hg가량 차이가 난다. 혈압은 병원에서 잴 때 높게 나오는데 의사와 환자가 친할수록 낮게 나타난다.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 직후에는 높게 나온다. 보통 병원에서는 두 번 정도 재서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으며, 고혈압이 의심되면 다시 잰다.
Q:혈압의 기준은?
A:건강한 성인의 혈압은 수축기 120㎜Hg, 이완기 80㎜Hg 이하, 65세 이상은 수축기 140㎜Hg, 이완기 90㎜Hg 이하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혈압이 너무 낮은 저혈압을 병으로 알지만 특정한 질환이나 출혈 등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 평소 혈압이 낮은 것은 병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 사항’이다. 한때 이완기 혈압만 중요하고 수축기 혈압은 무시해도 된다는 이론이 있었지만 미국 프래밍험에서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수십 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연구 결과 수축기,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클수록 위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Q:혈압이 높다면?
A:수축기 160㎜Hg, 이완기 90㎜Hg 이상이면 다른 위험 요인이 없을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 등 비약물 요법을 먼저 시행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혈압 강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약물요법부터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수축기 140∼159㎜Hg, 이완기 90∼99㎜Hg이면 6개월 정도 비약물 요법을 적극 시행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약물요법에 들어간다. 뇌중풍 심장병 당뇨병 등의 병력이 있든지 흡연 과음 등 위험요소가 많을 경우 처음부터 약물요법에 들어간다. 수축기 130∼139㎜Hg, 이완기 85∼80㎜Hg이면 대부분 약물치료를 하지 않지만 뇌중풍 심근경색이 있었든지 심장 콩팥 뇌 등의 혈관 형태에 변화가 있을 경우 약물치료부터 시작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혈압이 약간만 높아도 합병증 가능성이 높으므로 다른 사람보다 엄격한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Q:요즘 특히 겨울에 운동하다가 쓰러지는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도 고혈압과 관련이 있는가?
A:그렇다. 이들은 평소 고혈압인줄 모르다가 운동 중 합병증인 심장병으로 쓰러졌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겨울에는 여름에 비해 혈압이 5㎜Hg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겨울에는 특히 고혈압 합병증에 조심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 배달된 음료를 가지러 아파트 복도에 나가다가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 한국인은 겨울에 국물이나 찌개를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데, 국물을 통해 소금기를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가므로 짠 국물을 적게 먹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특히 외출 때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고 가급적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목욕 때 냉온탕을 넘나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Q:고혈압 환자는 운동만으로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는가?
A:가벼운 고혈압 환자는 걷기, 자전거타기, 계단오르기 등으로 체력을 강화하면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운동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중증 고혈압 환자는 운동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미미한데다 조깅 정도의 운동도 위험할 수 있으므로 운동의 신화에 빠져서는 안된다. 혈압을 가장 확실히 떨어뜨리는 것은 약물요법이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운동만으로는 최대 3∼4㎜Hg밖에 내려가지 않으며 운동이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3개월 이상 가지 않는다. 한국인 고혈압 환자의 75%가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모른다는 통계가 있다. 40대 이상이 운동을 하려면 반드시 병원에서 운동부하를 검사해 적절한 운동처방을 받도록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고혈압약 먹으면 정력 약해진다? 최신치료제 성생활 영향없어▼
혈압이 높으면 온몸 곳곳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며 음경도 예외일 수 없다.
발기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음경으로 가는 혈액량이 평상시의 여섯 배로 증가해야 한다. 심한 고혈압으로 병든 음경 혈관에는 혈액 공급이 불충분해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고혈압은 흡연, 음주, 당뇨병과 함께 발기부전의 ‘4대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고혈압 환자의 17%가 발기부전을 경험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러나 혈압이 좀 높더라도 당장의 성기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이 어느 날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크게 걱정한다. 혈압 약을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얘기를 듣고 치료 중 발기부전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더러 슬그머니 약을 끊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혈압약들은 대부분 환자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머크사가 개발한 코자라는 고혈압약이 발기부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학계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고혈압 환자가 니트로글리세린 제제를 복용하지만 않는다면 고개 숙인 남성을 곧추세울 수 있다. 또 유프리마는 혈관에 직접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발기부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편 여성도 고혈압이 심하면 공알(음핵)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성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때에도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하거나 치료제를 바꾸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