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에는 충남 아산시에 있는 테마 온천 스파비스에 다녀왔다. 수영복을 입고 딸들과 함께 물장난을 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불고기도 실컷 먹었다. 때마침 함박눈이 쏟아져 겨울 노천 온천욕의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김 이사는 한 달에 두 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닌다. 둘째 지수가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해 온 일이다. 가깝게는 경기 일대에서 멀리는 강원도까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으면 기꺼이 운전대를 잡는다.
그는 “아빠들이 다 이 정도는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누구나 하는 일인데 인터뷰 대상이 되느냐는 말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회사일에 시달리다 모처럼 쉬는 휴일에 가족을 위해 먼 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김 이사는 “어떤 때는 주중에 아이들과 식사도 한 번 같이 못하는 때가 있다”면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조금은 의무감을 갖고 주말 여행 스케줄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가 다녀본 곳 중 가족과 함께 가기에 좋은 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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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온천이 제격〓김 이사 가족은 겨울에는 주로 온천을 찾는다. 백암 덕구 유성 수안보 아산 포천 등 이름이 알려진 온천은 빼놓지 않고 다녔다. 특히 집(경기 용인시)에서 가까운 이천시의 미란다호텔은 자주 찾는 곳이다.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맥스타운, 황실 등 경기 성남시 분당 인근의 찜질방으로 대신한다. 새로 문을 연 찜질방 광고를 보면 찾아가 보는 게 가족 전체의 ‘취미 생활’이 됐을 정도.
김 이사는 “함께 목욕을 하고 개운한 상태로 마주앉으면 아이들이 평소 하지 않던 얘기까지 속을 터놓고 말한다”고 밝혔다. 요즘엔 특히 사춘기인 지윤이의 이성 교제 문제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오는 편.
먼 곳에 있는 온천을 갈 때는 오가는 길에 주변 명소를 한 두 군데 돌아본다. 아산 스파비스를 갔을 땐 집에 오는 길에 현충사를 들렀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는 재미. 김 이사는 “아산 스파비스에선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갈비탕을 꼭 먹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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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지역 축제는 빼놓지 않는다〓김 이사는 9월에는 메밀꽃 축제가 열린 강원 평창군 봉평을 다녀왔다. 메밀꽃밭과 근처에 있는 허브 농장에서 온 가족이 하루 종일 꽃향기를 맘껏 즐겼다. 허브 농장에선 꽃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를 보며 아이들과 꽃 이름 외우기를 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경기 파주시 장단 마을에서 열린 콩축제도 아이들에게 유익했던 행사였다. 휴전선에 가까운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통일 교육도 시킬 수 있었다. 김 이사는 “지역 축제는 아이들이 책에서 배운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현장학습의 기회”라고 말했다.
경기 이천시의 도자기 마을은 도자기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 아니라도 가볼 만한 곳. 그는 “아이들과 함께 도자기를 직접 구워본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도자기를 굽고 나서 마을의 한 식당에서 먹은 만두피가 얇은 ‘누드 만둣국’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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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괜찮은 곳들〓파주시 파평면의 임진강 폭포어장은 송어 향어 등을 기르는 양식장에서 먹이를 던져 주는 재미가 있다. 바이킹 범퍼카 등 놀이 시설도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자유로를 따라 통일전망대를 지나면 있는 온천 아쿠아랜드와 수제비 매운탕이 일품인 한탄강 주변의 장팔리 등을 김 이사는 추천했다.
김 이사는 “나들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부부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아이들은 대개 자동차 뒷자리에서 잠이 든다. 이때가 아내와 쌓인 얘기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