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규 교수의 웃음의 인생학]“돈 좋아하시니 돈 실컷…”

‘돈타령’, 추한 줄 알지만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고약한 타령이다. 오늘날 한국인은 한 손으로 돈 사냥을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쾌락 좇기를 하고 있기에 그 ‘돈타령’은 성가(聖歌) 같은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돈 이야기를 훑어보기로 하자.

옛날 가난하지만 가문의 위세를 제법 떨치는 집안이 있었는데 그 이웃 고을에 부농이지만 가문은 초라한 집안이 있었다.

상대방 가문을 탐낸 부자 농부는 그 집 딸을 며느리로 데려오기로 했다. 돈 꾸러미에다 땅 문서를 붙여서 며느리를 사오다시피 했다. 돈과 권세는 옛날에도 서로 물고 돌았던 모양이다.

돈에 팔려서 지체가 말이 아닌 집으로 시집 온 며느리는 그 수모를 견딜 수 없었다. 게다가 남편은 망나니 난봉꾼이라니! 또 본전생각이 났던지 아내를 마구 혹사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친정아비가 사돈댁을 찾아왔다. 따님은 고기반찬의 밥상을 장만했다. 늙은이는 희색이 만면해서 밥상에 달려들었다. 두 술 먹고 세 술째 밥을 숟갈로 뜨는데, ‘덜컹!’ 하는 쇳소리가 났다.

“아니 이게 뭐람?”

아비가 밥그릇 밑을 숟갈로 뒤져보는데, 난데없는 게 거기 있었다.

그릇 바닥에 엽전 꾸러미가 도사리고 있다니!

“돈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 돈 드세요.”

딸의 원성(怨聲)이 들리는 것 같아서, 영감은 더 이상 수저를 들 수가 없었다.

몰래 방을 빠져 나와서 삼십육계, 야반도주를 했다.

한데 그 뒷날 딸의 사망 소식이 날아들었다.

딸은 집안 우물에 몸을 던진 것이다. 앞치마 가득 안은 엽전 꾸러미에 짓눌리다시피 하고는 시신은 우물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미처 감지 못한 두 눈은 엽전들 사이로 파란 불을 켜고 있었노라고 전해진다.

머리카락이 우뚝 설 전설이다. 이 박복한 여인에게 돈은 그러기에 악마요 죽음의 신이다.

이 무서운 공포를 앞세워서 이제 다음부턴 ‘웃기는 돈의 웃음’을 독자들께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