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아교수 “문화재 반환, 정부가 나서면 得보다 失”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7시 46분


전영한기자
전영한기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는 병인양요(1866) 당시 프랑스가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가 소장돼 있다. 도서의 반환을 두고 정부는 1991년부터 프랑스와 협상을 벌여왔으나 10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다. 협상은 프랑스가 소장한 도서를 영구 대여로 가져오는 대신 한국 규장각이 소장한 도서를 영구 대여하는 ‘등가 교환’ 형식으로 지난해 합의됐지만 학계, 문화계의 반발이 크다. 약탈해간 문화재를 또 다른 문화재와 교환하자는 프랑스의 고압적 태도도 문제지만 한국 정부의 외교 능력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추계예술대 이보아 교수(38)는 최근 펴낸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민연)에서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아닌 민간 차원의 문화적 접촉, 즉 ‘수평적 접촉’을 통한 설득 작업이 약탈당한 문화재를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이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박물관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문화재 약탈국과 반환 요청국 사이의 줄다리기를 소개한 책이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남의 문화재’로 수장고를 채우고 있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의 현실을 전하는 한편, 한국도 외국에 빼앗긴 문화재 반환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빼앗긴 우리의 문화 유산을 어떻게 찾아올 수 있을까. 외규장각 합의에서 보듯 문화재를 되찾아오기 위한 외교 협상은 잘못된 선택이며 효과도 없다. 이 교수는 “정치적 협상은 국제 사회에서 수직적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서울대 규장각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협상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교수는 1971년 아이슬란드가 덴마크로부터 ‘레기우스 필사본(1275년·게르만족의 전설에 관한 서사시 필사본)’ 등 2개의 필사본 문서를 돌려받은 사건을 대표적인 문화재 반환 사례로 꼽았다. 아이슬란드가 덴마크의 식민지였을 당시(1387∼1918) 덴마크로 유입된 필사본의 소유권은 법적으로 덴마크에 있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51년부터 ‘윤리적 의무’에 맞춰 설득 작업을 벌였고 결국 20년만에 문화재를 되찾았다.

이보아교수는 “문화재가 인류 모두의 재산이라는 주장(약탈국)과 문화재는 특정 국가에 종속된 것(반환 요청국)이라는 주장은 필연적으로 맞설 수 밖에 없는 논리”라며 “문화재 반환은 ‘힘의 원칙’이 아닌 도덕성이나 문화재 소장 가치 측면을 강조한 설득으로 풀어나야한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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