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회사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답답해 하던 일을 멈추고 넥타이를 풀고 있다. 빌딩증후군을 예방하려면 1∼2시간마다 한 번씩은 실외공기가 통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빌딩 12층에서 일하는 회사원 김모씨(30·여·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1시간만 지나면 갑자기 숨쉬기가 곤란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또 온몸이 피곤해 하던 일에 더 이상 집중할 수가 없다. 퇴근하면 이런 증상은 씻은 듯이 사라지지만 회사에 출근하면 다시 나타난다.
정모씨(43·회사원·서울 영등포구 당산동)는 회사에 있을 때 피부가 붉어지며 알레르기성 비염과 눈의 충혈, 메스꺼움 등이 나타나 고생하고 있다. 이러한 증세는 실내를 벗어나면 저절로 없어진다.
김씨와 정씨는 둘 다 회사에서 증세가 생기는 것이 공통점이다. 겨울에 사무실뿐만 아니라 아파트, 지하상가, 도서관 등 환기가 잘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사람 가운데 이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빌딩증후군(SBS)’이라고 한다.
198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빌딩과 연관된 새로운 증세를 통틀어 빌딩증후군이라고 처음으로 명명했다.
▽원인과 증세〓실내 공간에서 오염된 공기에 사람들이 장시간 노출될 때 생긴다. 오염된 공기에는 먼지, 담배연기, 곰팡이, 각종 조리기구 사용시 발생하는 연소가스, 각종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라돈가스,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휘발성 화학물질 등이 있다.
한양대 의대 산업의학교실 김윤신 교수가 지난해 한 건물에 생활하는 직장인 464명을 대상으로 빌딩증후군 증세를 조사한 결과 만성피로가 92%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눈 충혈(69%) 어깨통증(68%) 현기증(64%) 기침(59%) 메스꺼움(52%) 등의 순이었다.
WHO도 세계적으로 빌딩의 40% 정도가 실내공기 오염으로 건강상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빌딩증후군을 가진 환자가 병원을 찾아와도 별다른 증세나 질환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상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며 “생활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쉽게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선병원 호흡기내과 나동집 과장은 “일 때문에 장시간 빌딩이나 지하상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기관지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 등의 호흡기 질환에 걸리거나 기존에 있는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환경적인 문제로 생기므로 채광이나 온도 습도 등의 근무환경을 자연 상태에 가장 가깝게 맞추는 것이 최선책이다.
2∼3시간마다 자주 실내를 환기시키고 온도를 16∼20도 정도로 약간 서늘한 상태를 유지한다. 습도는 가습기를 사용해 40∼60% 수준을 유지한다.
증세가 심한 사람은 우선 실내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를 자주 한다. 이와 함께 물을 자주 마시고 틈틈이 몸 기지개를 펴는 스트레칭과 맨손체조 등 간단한 운동으로 피로를 푼다. 또 1∼2시간마다 실외 공기가 직접 통하고 채광이 잘 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가 빌딩증후군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때그때 푸는 것이 좋다.
실내에 녹색식물을 기르는 것도 공기정화에 도움이 된다. 이런 식물로는 형광등에서도 잘 자라는 벤저민, 고무나무, 골든 포토스 등이 있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이면 아이비나 국화, 진달래 등도 좋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