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의 침묵을 깨고 최근 새로운 피임기구 및 약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1991년 미국에서 소개된 ’노플란트 시스템’은 피임법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이 피임기구는 호르몬이 들어 있는 6개의 작은 실린더 묶음으로, 여성의 팔에 이식하면 5년 간 피임 효과가 지속된다. 먹는 피임 알약 이후 가장 위대한 피임기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 기구는 제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출혈이 생기고 오랜 기간 실린더를 인체 내에 삽입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법정마저 ‘사용유예’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기구의 유통회사인 웨스제약은 2년 전 이 제품에 대한 리콜 조치를 단행했으며 기구 제거 시술에 드는 비용을 전액 보상했다. 그리고 이 제품은 올 7월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노플란트’의 퇴출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임을 위한 방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됐다며 아쉬워한다. 한때 이 기구를 비판했던 페미니스트이자 작가인 바버라 시맨 역시 “노플란트 시스템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적응하는 여성도 많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노플란트의 뒤를 이어 최근 등장한 ‘임플라논’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르면 2004년 초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구는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프로제스틴을 주성분으로 하는 막대기 형태로 돼 있다.
이 기구의 제조사인 오가논 유에스에이의 의료서비스 분야 책임자 낸시 J 알렉산더 박사는 “일반적인 터울을 감안해 피임효과가 3년 간 지속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배꼽과 엉덩이, 어깨 등에 붙이면 피임이 지속되는 ‘불임패치’도 인기를 끌고 있다. 3월 첫 선을 보인 오쏘 맥닐제약회사의 ‘오쏘 에브러’는 한 번 붙이면 3주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현재 먹는 알약을 제외한 피임기구 판매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6월에 출시된 오가논사의 ‘누바링’은 고리 형태의 피임기구로 여성들이 좌약을 삽입하듯 혼자서 쉽게 질내에 삽입하도록 만들어졌다. 알렉산더 교수는 “이 기구는 호르몬을 안정적으로 이동시켜 기존 알약을 사용했을 때보다 메스꺼움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편 호르몬을 이용한 피임요법이 증가하면서 안전성 논란도 일고 있다.
호르몬 피임요법의 위험성을 경고한 여성건강연구소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을 사용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최근 5년 간 50세 이상 여성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의 연구 결과 호르몬 피임요법이 유방암과 심장병의 발병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립여성건강네트워크의 정책책임자 에이미 알리나는 “호르몬 안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호르몬 피임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이 추세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2/12/10/health/womenshealth/10BIRT.html)
정리〓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