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추상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세요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7시 35분


전시관에 걸린 한국 대표 추상화가들 작품 중 하나인 이두식작 ‘축제’.사진제공 성곡미술관

전시관에 걸린 한국 대표 추상화가들 작품 중 하나인 이두식작 ‘축제’.사진제공 성곡미술관

피카소는 자기 그림에서 “도무지 보이는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왜 새소리는 묻지 않고서도 좋아하면서 그림만은 그토록 물으려 하는가”고 되물었다 한다. 흔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추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이 내년 1월31일까지 개최하는 ‘추상화의 이해’전은 20세기 미술의 가장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추상 회화가 서구에서 어떻게 시작됐고 국내에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유입되고 변화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을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기획자의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는 전시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현대 추상 미술이 발생한 역사적 배경과 작품들을 자료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정리한 모습이 보인다. 추상 미술의 이해를 돕자는 취지인 만큼 그 개념이나 전개과정을 세밀하게 설명했다.

‘추상(抽象)’은 글자 그대로 ‘모습을 없앤다’는 뜻. 추상화가 난해하게 여겨지는 것은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색·선·형 등 순수 조형요소로 그리되 형태미보다 화면의 내적 정신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

현대 추상은 1910년 무렵 입체주의에 의해 다양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주류 미술로서 활기를 띤 것은 1930년대부터였다. 이후 러시아 출신 칸딘스키로 대표되는 표현주의 추상과 네덜란드 태생의 몬드리안으로 대표되는 신 조형주의등 대표적인 두 가지 표현법으로 나뉜다. 칸딘스키는 내적 충동을 격렬하게 표현함으로써 ‘뜨거운 추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반면 몬드리안은 최소한의 형태를 선과 색의 비례로 표현해 ‘차가운 추상’으로 불린다.

이런 서양의 추상미술 흐름은 1930년대 후반 일본에 체류 중이던 김환기 문학수 유영국 등 한국 작가들에 의해 국내에 도입된 뒤 한국전쟁 이후 본격화했고 여러 단체를 속속 탄생시키며 기성 화단에 도전장을 냈다. 이후 유럽에서 흘러든 앵포르멜과 결합해 탄력을 얻었으며 1970년대 미니멀리즘 등의 과정을 거치며 한국적 재해석에 따른 독자적 추상화로 발전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김환기를 비롯한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에서부터 이항성, 남관, 윤형근, 하종현, 이강소, 하인두, 문범, 김택상 유영국 등 작고, 원로, 중견작가까지 아우르는 총 41점이다.

미술관은 어린이들이 추상 미술을 직접 제작해보는 교육 프로그램 ‘마음으로 그려요!’도 마련했다. 초등학생 프로그램은 내년 1월 4일부터 26일까지 매주 토 일 각 2회 진행되며 유아 프로그램은 1월 7일부터 23일까지 매주 화 수 목 3회 열린다. 02-723-6564.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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