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은 전관 개관 10주년 기념 공연의 하나로 내년 1월14일∼2월2일 토월극장에서 ‘보이체크’를 무대에 올린다. 러시아 정상의 연출가 유리 부드소프(42)가 연출을 맡았으며 한국 연극계의 간판 배우들이 출연한다. ‘보이체크’는 24세의 나이로 요절한 19세기 독일의 사실주의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부드소프씨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연극예술아카데미의 졸업 작품인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로 러시아 최고 권위의 연극상인 ‘황금 마스크상’ 최고 연출가상을 받으며 일약 러시아 연극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보이체크’는 그가 1997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한 작품.
그는 “세계 연극의 흐름은 신체적인 율동이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공연될 ‘보이체크’도 드라마에 신체적인 율동과 춤이 많이 가미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배우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의 혹독한 훈련과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억압과 피지배 구조를 토대로 한 사회성 짙은 원작과 달리 이번 보이체크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이체크’는 말단 사병 보이체크가 동거녀 마리를 위해 의학 혁명을 꿈꾸는 의사의 ‘인간 실험 대상’까지 되지만 마리가 배신하자 그녀를 죽이고 정신 착란을 일으켜 자신도 죽음에 이른다는 줄거리다.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옭매인 현대인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의 억압과 고뇌를 그린 원작은 다소 난해하고 지루하지만 부드소프씨는 이번 작품에서 쉽게 그려낼 예정이다.
보이체크 역은 박지일이, ‘마리’역은 지난해 영화 ‘나비’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호정이 맡았다. 장민호 장현성 이대연 남명렬 윤주상 등이 출연한다. 02-580-130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