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최근 일하기가 싫고 기운이 쭉 빠진 데다 자신도 놀랄 만큼 불평이 늘어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희한한 병명을 들었다. 자신이 ‘바쁜 여성 증후군(HWS·Hurried Woman Syndrome)’이란 병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미용실을 운영하면서도 음식 준비에 아이들 계획 짜는 것 등 온갖 일에 묻혀 살고 있었다.
최근 미국 ABC방송 뉴스는 리처럼 수많은 여성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바쁜 여성 증후군이라는 질병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15년 동안 환자를 진료한 산부인과 의사로 이 병명을 만든 브렌트 보스트 박사는 “수많은 의사들이 이 같은 새 질환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25∼55세 여성 네명 중 한명꼴인 6000만명이 바쁜 여성 증후군 환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의사들은 한국 여성들이 미국보다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어 이 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바쁜 여성 증후군은 체중 증가, 성욕 감퇴, 우울감, 피로 등 네 가지 증세로 대표된다. 리처럼 직장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뿐 아니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독신 여성과 전업주부에게도 잘 나타난다.
보스트 박사는 바쁜 여성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극한까지 일에 매달려 탈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비뇨기과 의사인 제니퍼 베르만 박사는 “스트레스에 대해 남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며 이 때문에 여성들에게 큰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은 ‘전투 태세’로 들어가서 남성호르몬을 분비하고 이 때문에 가끔 성욕이 증가한다. 반면 여성은 산화독소(酸化毒素)가 늘어나면서 성욕이 줄고 심장병의 위험이 늘어나며 비만과 식사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스트 박사는 뇌의 화학반응에 이상이 생겨 심각하지는 않지만 가벼운 우울감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스트레스의 경우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항우울제의 도움으로 증세가 개선될 수 있다. 상당수 여성은 생활을 단순화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HWS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베르만 박사는 “자신이 바쁜 여성 증후군의 증세를 보인다면 우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불필요한 일들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음악 감상, 운동 등 자기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지압이나 명상, 복식호흡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서 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스트레스 해소 경혈 지압법
바쁜 여성 신드롬을 예방하거나 조기 치료하려면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한방의 경혈 지압은 스트레스 해소에 특히 유용하다. 굳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늘 뒷목이나 어깨가 뻐근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 직장인이 피로와 스트레스를 훌훌 털기에 손쉬운 방법이다. 다음 네 가지 지압을 합쳐서 10분 정도 시행하면 된다. 아로마향이 있는 오일을 사용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도움말〓경희대 한방병원 김종우 교수)
①뒷목 “풍지”혈을 자극〓스트레스를 받으면 목 뒤가 뻣뻣해지거나 아프기 십상이다. 머리 뒤에서 시작하여 뒷목, 어깨까지 양쪽으로 이어지는 근육띠의 긴장을 풀려면 그 출발점이 풍지다. 엄지손가락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눌러준다.
②족삼리 자극〓이곳은 기를 아래로 끌어 내려주는 곳. 무릎 아래쪽 경계선에서 다리 바깥쪽의 가장 튀어나온 부위를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눌러준다.
③삼음혈 자극〓혈액순환 개선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안쪽 발목에서 약 5㎝ 정도의 움푹 들어간 곳을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준다.
④용천혈 자극〓이곳은 기를 아래로 끌어내려주는 곳이다. 발바닥의 가장 움푹 들어간 부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눌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