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日 마쿠우치 "현미밥에 된장국이 최고의 식단"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7시 32분


/김동주기자 zoo@donga com
/김동주기자 zoo@donga com
‘조식(粗食).’ 아침식사(朝食)가 아니다. ‘검소한 음식’을 뜻한다. 최근 한국의 유기농업 견학을 위해 내한한 일본인 마쿠우치 히데오(幕內秀夫·49·사진)는 조식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바로 ‘거친 식사’.

마쿠우치씨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유명인으로 통한다. 건강식에 대한 그의 저서 ‘조식을 권합니다’ 시리즈는 1995년 첫 출간된 뒤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200만부 이상 팔렸다.

이 책은 올해 초 ‘몸이 원하는 밥, 조식’(디자인하우스 간)이란 제목으로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아침 :율무된장죽과 시금치유부볶음, 깍두기로 구성된 아침식단. 된장찌개에 율무는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을 도와준다.
점심 :점심식단은 구운현미주먹밥,야채된장볶음,국,배추김치를 주로 한다. 구운현미주먹밥은 표면이 익을 정도로 구우면 되고 간장을 바르면 더 맛있다.
저녁 :현미밥과 아욱토장국, 청어소금구이와 무,밤, 다시마 조림이 저녁식단으로 제격. 푸짐하게 먹되 EPA DHA 등필수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을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사진제공 디자인하우스

그가 말하는 ‘거친 식사’는 부드러운 백미가 아니라 덜 정미(精米)해 거친 현미를 핵심으로 한다. 여기에 농약을 쓰지 않은 제철의 채소와 발효식품을 더한다면 더할 수 없이 훌륭한 식단이 된다.

그는 “현미밥에 된장국, 김치만 매일 꾸준히 먹어도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의 성인병과 아토피 등의 질병을 모두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그는 “된장과 김치는 하늘이 내린 자연건강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마쿠우치식 조식건강법〓그는 현대인의 건강상태를 ‘포식시대의 영양실조’라고 규정한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오히려 영양이 부족하다는 것. 질병 또한 이 때문에 생기므로 식생활을 고치면 병도 치유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백미보다 현미 또는 배아미(배아 부분을 남기고 쌀겨만 제거한 쌀)를 먹을 것을 권한다.

배아와 쌀겨를 모두 제거하는 과정에서 식이섬유, 비타민B군, 칼슘, 마그네슘 등 성인병 예방에 필수적인 영양소까지 함께 사라져 버리기 때문.

된장과 김치 등 발효식품에는 우리 몸에 유용한 미생물이 많아 많이 섭취할수록 몸의 저항력도 강해진다. 또 제철에 나는 채소는 그야말로 영양덩어리. 겨울에는 무와 배추를, 여름에는 토마토와 가지, 호박을 먹으면 좋다.

마쿠우치씨는 빵을 가급적 줄일 것을 권한다. 빵에는 기름과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데다 베이킹파우더, 유화제 등 식품첨가물이 함유돼 있어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감자칩과 같은 스낵류 역시 여러 번 사용한 기름으로 튀겨내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유산균음료, 주스, 스포츠드링크 등 칼로리가 든 음료 역시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단백질 섭취를 원한다면 육류보다는 어패류를 섭취하는 게 낫다.

▽한국인에 적용한다면〓한국음식에 대해 마쿠우치씨는 높은 점수를 준다. 김치, 된장국 등 항상 먹는 음식이 대부분 발효식품이거나 제철 채소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영양식이란 것.

마쿠우치씨는 또 일본식 된장보다 토종 한국된장이 한국인들에게는 더 좋다고 말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처럼 한국인의 체질에는 한국 식품이 최적이란 얘기다.

한국인의 식습관에 대해서도 그의 평가는 후하다. 식단이 상당히 서구화돼 이미 ‘전통 일본식’이 거의 사라진 일본에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 전통 음식들을 쉽게 먹을 수 있는 데다 많은 이들이 즐기기 때문이다.

또 각종 육류나 햄 등 육가공식품, 빵 등의 가공식품을 먹을 때에도 반드시 김치와 함께 먹는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다만 지나치게 육류를 많이 먹는 것은 고쳐야 할 점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국인들은 저녁식사나 술자리에서 삼겹살 등과 같은 육류를 한번에 너무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전분으로 채워야 할 몸을 모두 단백질로 채워 버리기 때문에 비만, 당뇨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국내 영양학자 반론

마쿠우치 히데오(幕內秀夫)의 조식 건강법에 대해 국내 영양학 전문가들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 영양학 논리가 다소 부족한 주관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큰 허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단백질 부족. 그의 조식건강법을 ‘그대로’ 따라 할 경우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해 발육부진과 영양결핍 등이 우려된다는 것.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통하는 기초 영양공식은 맨 밑단에 쌀 등 곡류, 2층에 채소와 과일, 3층에 우유류, 4층에 고기와 생선류 등이 포진해 있는 4개의 계층구조로 돼 있다.

이 구조는 피라미드 형태로, 위로 갈수록 필요 섭취량은 줄어들지만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몸에 필요한 5대 영양소가 부족해진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만약 마쿠우치씨가 권하는 것처럼 매일 현미밥과 된장국, 김치만을 먹는다면 섬유소와 무기질 등의 영양소를 많이 얻을 수 있지만 3층과 4층에서 주로 얻는 단백질이 부족해 질 수 있다.

특히 우유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모두 갖고 있는 식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섭취하는 게 좋으며 우유가 몸에 맞지 않으면 두유로 대체해서라도 매일 1회 이상 섭취하는 게 몸에 좋다. 마쿠우치씨는 우유를 가급적 먹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조식에 약간의 성분을 추가한다면 5대 영양소를 두루 섭취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강은희 과장은 “현미밥에는 콩을, 된장국에는 두부를 많이 넣어 단백질을 보강하고 김치류를 짜지 않게 하며 여기에 과일 한쪽과 유제품 한가지를 첨가하면 아주 훌륭하고 균형 잡힌 식단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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