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종교인들에게 무더기로 국민훈장을 수여한다.
올해는 특히 개신교의 자유주의 신학과 민중신학을 이끌어온 김재준 문익환 안병무 서남동 등 작고한 목사와 신학자 4명이 훈장을 받는다.
작년과 올해 훈장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종교인 29명 중 작고한 사람은 이들 4명이 전부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개신교 기독교장로회측의 한신대 계열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김 목사는 기독교장로회를 세우고 한신대를 설립했다. 문 목사도 한신대를 나와 통일운동에 전념했다. 안병무 박사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한신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서남동 박사는 주로 연세대에서 신학을 가르쳤지만 한신대 교수로 재직한 적이 있고 신학노선으로는 한신대쪽에 가깝다.
눈을 돌려보면 개신교쪽만 하더라도 장신대 총신대 감신대 등의 출신 중에도 훌륭한 목사 신학자가 많고, 천주교 불교쪽에도 과거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을 위해 공헌한 성직자들이 수두룩하다. 유독 개신교에서도 소수파에 속하는 한신대 계열의 목사와 신학자들에게 훈장이 집중된 이유는 뭘까.
문화관광부 종무실 관계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측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나 천주교 주교회의, 불교 조계종 등에서는 “작고한 종교인 중에서도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해당자들은 모두 훈장이 아깝지 않을 만큼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을 위해 공헌한 이들이다. 하지만 주무부서의 장관이 한신대 출신의 목사이고 또 한때 이 대학 교수였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디트리히 본회퍼나 나인홀드 니부어와 같은 세계적인 신학자,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같은 정신적 지도자들이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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