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패션전략
남성의 경우 정장색은 한두 가지로 고정한 채 셔츠와 타이로 다양성을 연출한다. LG패션 마에스트로의 고기예 실장은 “한 벌씩은 갖고 있는 짙은 감색의 스리 버튼 슈트에는 ①화이트셔츠+짙은 감색 또는 붉은색 타이 ②스트라이프가 있는 하늘색 셔츠에 파란색 계열의 스트라이프 셔츠를 매치해 입을 수 있다. 짙은 회색 슈트에는 ①연한 핑크색 또는 하늘색 셔츠+무늬 없는 오렌지색 타이 ②흰색 셔츠+각종 원색 타이로 다양하게 바꿔입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룩커뮤니케이션의 김향숙 이사는 “페이즐리 무늬가 있는 황금색 타이는 다양한 색상의 셔츠와 잘 어울려 활용범위가 넓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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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경우 모자, 긴 머플러, 장갑 등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머플러의 경우 단색보다는 여러 가지 색상이 함께 들어 있는 색을 고른다. 함께 입을 외투나 이너웨어가 머플러를 구성하는 색상 가운데 한 가지이기만 하면 무난하게 맞추어 맵시를 낼 수 있다. 흰색 카디건과 터틀넥 니트, 청바지, A라인인 체크무늬 또는 민무늬 블랙 스커트는 어디에든 잘 어울리는 멀티 플레이어다. 캐주얼브랜드 클라이드 디자인실에서는 △털 트리밍이 달린 검은색 패딩 점퍼 △화려한 디자인의 저렴한 귀고리 등을 곁들이면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도 의류 3, 4벌로 일주일을 무난히 보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여성 정장 대여서비스도 인기
넥타이&셔츠 전문업체 주영의 정용화 사장은 “흰색 와이셔츠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10벌의 셔츠를 구입하던 소비자들이 3, 4벌의 셔츠에 맞춰 넥타이를 달리 매는 것으로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 최근 미국의 비즈니스위크도 같은 맥락에서 흰 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흰 셔츠의 단조로움을 보완한 디자인, 패턴이 특이한 넥타이가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넥타이업체 나인벨(www.etie.co.kr)은 올 하반기 넥타이의 밑단이 삼각형이 아닌 사선으로 재단된 ‘카리스타이’를 국내에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반대로 무늬가 있거나 색상이 짙어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도 멋을 낼 수 있는 패션 셔츠도 인기를 끈다.
여성 정장의 경우 대여 서비스도 인기다. 12월 초부터 온라인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 여성복 생산 및 대여업체 ‘비비드 21’(www.vivid21.co.kr)은 600여 스타일의 정장과 드레스, 가방 등을 대여해주고 있다. 한해에 100만원을 내면 무제한 빌려 입을 수 있는 골드 회원, 연 50만원에 주 1회 빌려 입을 수 있는 멤버 회원 등 회원제를 도입했다.
현재는 다양한 옷이 필요한 방송인이 주 고객. 김행 국민통합21 대변인, 이익선 KBS기상캐스터, 김혜은 MBC기상캐스터 등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이트를 보고 옷을 고르면 전속 코디네이터가 방문해 메이크업도 해준다(회당 1∼3만원). ‘비비드 21’의 박창모 사장(36)은 “경기불황이 사업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용실에서도 ‘불황 트렌드’가 포착된다. 국내 100여 개의 프랜차이즈점이 있는 박승철 헤어스듀디오의 김지현 수석 디자이너는 “관리하기 어렵고 자주 전문가의 손길을 찾아야 하는 스트레이트보다 웨이브파마를 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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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패션계 불황법칙 "남성은 정장 착용 늘고 여성은 바지 선호"▼
경기에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타격을 받는 남성복의 경우 정장 착용 비율이 불황을 가늠하는 척도다. 삼성패션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02년 가을, 겨울 시장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중반부터 출근복에서 캐주얼이 정장을 압도해왔지만 올 처음 정장 착용비율(50.8%)이 캐주얼(49.2%)을 앞지르는 반전이 있었다.
정장의 스타일과 색상도 격식을 갖춘 전통적인 스리 버튼, 검정 진회색 비율이 높았다. 이 연구소 조사교육파트의 김정희 과장은 “경기가 나빠질수록 출근복으로 정장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가 10월, 출근시간대 서울 여의도 시청 강남역 삼성역에서 대중 교통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남성 1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넥타이 착용 비율’도 97년 70.8%→ 98년 69.7%→99년 63.5%→2000년 57.5%→2001년 45.4%로 계속 감소하다 올 처음 50.8%로 증가했다.
패션업체 신원의 ‘불황기 여성패션법칙’ 자료에 따르면 경제가 어려운 때는 △실용적이고 간편한 청바지와 바지류의 인기 △스커트 길이가 길어짐(원단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 패션업체에서 의도적으로 롱스커트나 플레어스커트 판매)△단품 구매 증가(투피스 정장 등 ‘세트 의류’보다 활용범위가 넓은 한가지 아이템을 다양하게 매치)△업계의 ‘리딩 브랜드’ 인기(단 한 벌을 사더라도 믿고 살 수 있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심리 보수화) △어두운 색상 선호(검정 회색 갈색 등)의 트렌드가 두드러진다.
한국패션컬러센터 한영아 이사는 “98년 외환위기에 느닷없이 짙은 회색 정장과 외투가 붐을 이뤘다. 우울한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대표사례다. 의류보다 싼 액세서리로 대리만족을 하려는 심리가 발동해 빨간색 코사주나 귀고리 등 포인트를 줄 만한 액세서리가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거리에서 다양한 색상의 스카프, 긴 머플러, 화려한 이너웨어류가 두드러진 것도 불경기의 징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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