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우울증은 자칫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청소년 우울증이 미국 사회에 큰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0∼18세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우울증의 위협에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의학문서보관국이 미국에 사는 10∼18세 남녀 청소년 4648명을 대상으로 우울증의 정도를 평가한 연구 결과가 최근 책으로 출간됐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컬럼비아대 셰리 글리드 교수와 국립정신건강연구소 대니얼 파인 교수는 이들 청소년 중 상당수가 우울증과 관련있는 장기 결석, 흡연, 과음, 소란 등의 행위를 저지르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울증은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1995년 이후 미국에서 10대 청소년의 자살 건수는 매년 3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사고사와 살인사건에 이어 15∼24세의 사망 원인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청소년의 ‘위험한’ 행동을 감시, 연구하는 한 기관은 5명의 미국 고교생 중 1명꼴로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0대 청소년의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는 열악한 주변 환경이다. 부모가 이혼했거나 알코올·약물 중독자인 경우, 가정이 매우 궁핍한 경우, 어렸을 때 육체적·성(性)적으로 학대를 받았거나 이를 목격한 경우 등 불우한 가정환경이 10대 우울증의 주요 요인이다.
자연재해를 당한 뒤 악몽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학교에서 목표한 성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을 때도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우울증은 환자 내부에서부터 생기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이 무능하고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며 성(性)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불안에 빠지기 쉽다.
10대 청소년의 우울증은 쉽게 감지할 수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앨리스 매카시 박사는 유명한 저서 ‘건강한 10대-삶의 도전에 직면하면서’에서 “10대들은 심리적 불안상태를 나약함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자신이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친한 친구조차 우울증의 미묘한 징후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설령 알아챘다고 해도 이를 ‘선생이 나빠서’ 또는 ‘남자(여자)친구와 헤어져서’ 생긴 일시적인 증세로 잘못 해석하기도 한다.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대부분 우울증에 걸리면 피로감과 함께 집중력이 떨어진다. 민감해져서 화를 잘 내거나 쉽게 지루해 하고 지나치게 죄의식을 갖기도 한다. 돌연 소리를 지르거나 불만을 토로하며 가출하겠다는 말을 꺼낼 수도 있다. 일부의 경우 감정적 혼란으로 인해 만성적인 두통과 근육통, 피로감, 위장병 등 육체적인 질병을 앓기도 한다.
이 밖에 △식습관이나 식욕, 체중의 변화 △불면(不眠) 또는 하루 12∼14시간의 과도한 숙면 △만성적인 비애감(悲哀感) △활력 감퇴 및 무기력 증세 △혼자 있는 것 선호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말 반복 등이 보일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아직 우울증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기분 저하증’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기분 저하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의 70%가 3년 이내에 우울증으로 발전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이후 학교나 직장생활 등에 영향을 미쳐 미래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 5명 중 1명 꼴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정신요법과 약물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정신요법은 다소 가벼운 우울증에 좋으며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증세가 심각하거나 재발한 경우에는 정신요법을 거부하기도 하며 이 경우 약물요법을 사용하는 게 좋다.
처음 약물을 복용할 때는 프로작, 졸로푸트, 세로자트 등 SSRI계열의 항우울증 약을 보통 선택한다. 이 약의 효용에 대해서는 ‘청소년 우울증에 대해 안전하고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소량으로 매일 4주 동안 복용하되 4주 후에도 개선의 기미가 없으면 투약량을 약간 늘릴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6주 동안 약물치료를 했는데도 증세가 좋아지지 않으면 다른 약물로 바꾸거나 새로운 약과 혼용해서 복용해야 한다. 가령 우울증이 불안장애와 섞이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럴 때에는 새로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
우울증은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환자가 다소 좋아졌다고 느껴도 6개월에서 1년간은 약물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좋다. 또 심각한 우울증을 2번 이상 겪은 적이 있는 환자들은 1∼3년간 계속 약물치료를 하고 이후 6주간 단계적으로 약을 줄일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health/psychology/24BROD.html)
정리〓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이럴때 10대 청소년의 우울증을 의심하라
1. 민감해지고 화를 잘 낸다.
2. 쉽게 지루해 한다.
3. 지나치게 죄의식을 갖는다.
4. 돌연 소리를 지른다.
5. 불만을 토로하며 가출하겠다는 말을 한다.
6. 식습관이나 식욕, 체중이 변한다.
7. 잠을 못 이루거나 지나치게 많이 잔다.
8. 항상 비애감에 빠져 있다.
9. 지나치게 활력이 줄고 무기력해 있다.
10.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11.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말을 자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