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신년 인터뷰 "신-구세대 서로 이해하려 노력해야"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7시 02분


한국 천주교 김수환(金壽煥·81)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집무실에서 본보와 단독으로 신년 인터뷰를 갖고 “새해는 21세기 첫 새 대통령의 영도 아래 낡은 정치를 버리고 새 나라를 건설하는 큰 희망과 포부를 가지게 된다”며 “남북관계를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의 여러 문제와 지역 세대 계층간 갈등과 괴리 현상을 생각할 때 화해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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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씨가 대담자로 나선 인터뷰에서 김 추기경은 “특히 북한 핵문제로 말미암아 북-미간 대립이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없지 않다”며 “대화로 모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우리 정치 지도자들, 특히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지혜를 주시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새 대통령은 개혁을 추진하되 안정을 바라면서 새 대통령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도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추기경은 지난 대선에서 세대간 인식차가 두드러진 것과 관련해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생각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바람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젊은 세대는 과거의 역경을 딛고 오늘의 정치 경제 발전을 이룩한 부모세대의 공헌과 헌신을 인정하면서 서로 마음을 열고 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과 북한 핵 대응으로 한미 관계가 긴장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미국은 그들이 자랑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의 전통을 자국민만이 아니라 민족과 국경, 피부색을 초월해 실천할 때 진정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며 “우리도 미국에 요구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똑같이 실천해야 우리의 요구가 세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추기경은 한국에서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뒤를 이을 새 추기경이 임명되기를 기도하고 있고 교황과 주한 교황대사관에도 오래전부터 이 뜻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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