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209…몽달귀신(11)

  • 입력 2003년 1월 3일 17시 39분


희향은 온몸을 경련하며 몸부림치고, 자기 손목을 꽉 잡고 있는 우철의 팔을 잡아 왼쪽 가슴을 눌렀다.

“아이구, 소원아, 아이구!”

두근, 두근, 두근, 뜨겁게 달궈진 바늘이 혈관 속을 마구 돌아다니는 것 같다, 두근, 두근, 견디기 힘든 고통이 고동과 함께 사지에서 손가락 끝으로 퍼져나가고, 우철의 호흡은 신음으로 바뀌었다. 울지 마라! 울어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지금 울면, 울음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울어봐야 소원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인혜는 곧 내 아이를 낳는다. 우근이도 아직 다섯 살이다. 울지 마라!

“어머니, 지금은 비바람이 심해서 갈 수가 없습니다. 비바람이 그치면 용두목에 찾으러 갑시다”

인혜는 냄비 속 감자를 젓가락으로 찔러 다 익은 것을 확인하고는 행주로 손잡이를 잡고 뜨거운 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일일이 껍질을 벗겼다. 아주 잘 익었네. 아버지하고 할배, 할매, 모두 아침밥도 안 먹고 용두목에 갔다. 아침밥 먹으러 돌아올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언제 돌아와도 먹을 수 있게 따끈한 밥을 준비해 둬야 안 되겠나. 인혜는 뱃속 아이에게 말을 걸면서 붉은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사흘 동안 삶은 도토리와 감자를 절구에 담고 공이로 찧었다. 엊그제부터 마냥 물에 담가둔 찹쌀은 어쩐다? 소원이 고모한테 만드는 법 가르쳐 주기로 한 약과를 혼자서 만들기는 싫고. 오늘 밤 팥죽이라도 끓일까? 팥죽은 찹쌀가루로 메추라기 알만한 새알을 만들어서, 팥하고 같이 끓여서, 꿀을 살짝 넣어 먹는 거다. 맛있다. 아주 아주. 아버지한테는 말못했지만 엄마는 네가 여자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엄마 곁에 서서 종알종알 떠들면서 거들어주던 소원이 고모가 없으니, 부엌이 이렇게 조용타, 쿨쩍쿨쩍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자, 부엌문에 우근이가 서 있었다.

“엄마, 언제 돌아오는데?”

“…글쎄…”

“누나는?”

“…” 인혜는 잠시 눈을 감고, 힘없이 고개를 양옆으로 저었다.

“누나, 죽었나?”

“우근 도련님…” 인혜는 시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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