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개최하는 스키캠프를 보내기에도 부담이 된다. 아들이 혹시 밤에 오줌을 싸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봐서다.
야뇨증(夜尿症)은 배뇨를 조절할 수 있는 나이가 돼도 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고 밤에 자면서 오줌을 싸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5세 어린이의 약 15%가 야뇨증을 경험하며 특별히 치료하지 않더라도 1년에 15%의 어린이는 자연적으로 증상이 사라진다. 그러나 사춘기에 이르러도 2∼5%에게는 증세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야뇨증은 보통 일차성과 이차성 야뇨증으로 나눈다. 일차성 야뇨증은 태어나서 한 번도 소변을 가려본 적이 없는 것을 말하며 전체 야뇨증의 70%가 여기에 속한다.
5세 이상의 어린이가 1주일에 3회 이상 밤에 오줌을 지린다면 일차성 야뇨증을 의심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이나 호르몬 분비의 이상 등의 원인으로 발생한다.
반면 이차성 야뇨증은 최소한 6개월 이상 소변을 가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시 밤에 오줌을 지리는 것을 말한다. 부모의 불화, 유치원이나 학교 입학, 수술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지만 척수질환, 방광기능의 문제, 요로감염 등으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치료는 받아야 하나=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가 밤에 자다가 소변을 지리는 것을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 병을 키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오줌을 지린다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엔 야뇨증의 원인이 많이 알려져 있는 만큼 자연적으로 낫길 기다리는 것보다 하루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뇨증 아이 중 5세 이전이라도 △낮에 옷에 소변을 지리거나 자주 오줌을 누며 △대변도 같이 지리거나 변비증세를 보이며 △야뇨증으로 인해 아이와 가족이 힘들어하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또 5∼6세 이후라도 야뇨증이 지속되거나 소변을 가리다가 어느 시점에서 가리지 못하며, 또한 야뇨증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야단칠 가능성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전문의를 찾는다.
▽치료법=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도 다양하다. 우선 원인을 찾기 위해 소변검사, X선 검사, 배 부위 초음파 검사 등을 한다. 이에 따라 야뇨증 아이에게 맞는 약물요법 행동요법 식이요법 등을 하게 된다.
먼저 각각의 치료법에 대한 반응을 환자와 부모, 의사가 알 수 있도록 매일 배뇨일지를 적는다. 초콜릿, 우유제품, 아이스크림, 카페인이 든 음식은 소변을 많이 만들게 하는 이뇨작용이 있으므로 저녁식사 후에는 피한다. 저녁식사 뒤엔 평소 먹는 수분 양을 반 이상 줄이며 자기 전 오줌을 누인다.
간혹 병원에만 다녀가도 야뇨증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병원에 온 것 자체가 ‘오줌을 싸면 안되겠구나’하고 동기를 유발시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이처럼 동기 유발을 시키는 방법으로는 오줌을 싸지 않을 때 달력에 스티커를 붙이게 하거나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 것이 있다.
야뇨경보기를 팬티에 착용해 아이가 오줌을 지리게 되면 전기 장치가 작동해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아이가 경보를 듣고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치료법. 시행 초기에 아이가 일어나지 못하면 부모가 깨워줘야 한다. 귀찮아 하거나 꾸중하지 않아야 하고 적어도 1개월 이상 시해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다. 경보기를 사용하고 3∼4개월이 지나면 60%에서 효과가 나타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약물요법. 항우울제나 항이뇨호르몬제제 항콜린제제 등의 약제를 사용해 방광의 용적을 늘리거나 방광의 수축을 억제시킨다. 이들 약제는 장기 복용시 식욕부진 소화기 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투약한다.
최근엔 골반근육에 자기장 자극을 가해 그 부위의 근육 운동을 유발, 방광근육의 수축을 조절하는 치료법도 시도되고 있다.
(도움말=서울대 의대 소아비뇨기과 김광명 교수,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비뇨기과 한상원 교수, 한국야뇨증연구회, 선릉탑 비뇨기과 하태준 원장)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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