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TV스타'에서 '라이브 뮤지션'으로… ‘god’의 의미있는 실험

  • 입력 2003년 1월 5일 18시 07분


TV 자제하고 장기 라이브 공연을 통해 새음반 활동을 하는 등 댄스그룹으로 파격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god의 박준형 안데니 윤계상 손호영 김태우 (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훈구기자
TV 자제하고 장기 라이브 공연을 통해 새음반 활동을 하는 등 댄스그룹으로 파격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god의 박준형 안데니 윤계상 손호영 김태우 (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훈구기자
‘god’(지오디)가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TV를 통한 새음반(5집) 홍보는 포기했다. 대신 음반 발표와 동시에 한자리(서울 정동 팝콘하우스)에서 50여회의 라이브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공연은 지난해 시작한 100일 공연의 연속.

TV를 스타덤의 터전으로 삼아온 이들의 라이브 행(行)은 기득권을 포기한 모험이다. 그러나 ‘god’는 “가수라면 라이브 공연을 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실천할 뿐”이라고 말한다.

/변영욱 기자

라이브 공연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요계의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르는 추세. ‘윤도현 밴드’가 그 정점에 있으나 ‘god’는 TV 스타의 총아인 댄스 그룹으로 그 물결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밴’에 맞먹는 관심을 끌고 있다.

2일 새해 첫 무대를 비롯해 그동안 10만여 팬들이 공연장에서 보내준 환호성도 그에 대한 ‘몰표’의 표시다. 새 음반은 발매 1주일만에 50만장에 다가섰다.

Good Concert

2일 오후 7시반 팝콘하우스. 이날 무대는 ‘god’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100일 라이브 공연의 50회째다. ‘god’는 지난해 9월 45회 공연을 마쳤고 음반 녹음을 위해 두달여간 중단한 뒤 지난 연말부터 공연을 속개했다. 100회 공연은 3월말까지 이어진다.

객석은 2300여석. 웬만한 가수에겐 대형 무대이지만 ‘god’에게는 소극장 공연과 다름없다. 멤버 안데니는 “팬들과 가까이서 공통의 느낌을 주고받는 재미가 그만”이라고 말했다.100일 공연은 상설 무대다. 3월말까지 그들이 그곳에서 늘 노래하고 있다는 ‘신뢰’ 덕분에 팬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다. 김수희씨(28·회사원)는 “다섯번째 보러 오는데 공연의 느낌이 매번 다르다”고 말했다.

100회 공연의 연 관객은 23만명. 100회 공연이 끝나면 ‘god’는 가요계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Original Voice

‘god’는 새음반에서 가공되지 않은 목소리를 담았다. 타이틀곡 ‘편지’를 비롯해 ‘우리’ ‘기회를 줘’ 등에서 목소리는 잘 빚은 듯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대신 사각거리는 탁음의 보컬이 마치 옆에서 말하는 듯하다.

“릴레이 콘서트에서 멤버들이 공감한 부분이 그것이다. 팬들이 흔드는 형광봉의 파란 물결을 보면서 우리 음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음악적으로 귀가 번쩍 열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공연은 팬보다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다. 새음반에는 그런 것들을 담았고 그래서 ‘god’의 이정표다.”

타이틀곡 ‘편지’는 감옥에 갇힌 한 수형자가 보내는 사랑의 편지다. 화려한 전자 사운드를 배제해 가수들의 보컬을 내세웠다. 댄스 그룹이 보컬의 힘을 스스로 믿고 있다는 점이 ‘god’변신의 요체다. 수록곡중 8곡은 이들의 대부격인 박진영이 작곡이나 작사했지만 안데니 손호영 김태우는 각각 한곡씩 작사 작곡하는 것으로 뮤지션의 욕심을 내비쳤다.

Dandy Guys

“4년간 앞만 보며 달려온 건 아닌지. 지금껏 우리가 해온 일과 음악,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맞는 것인가 라는 고민”

새음반의 마지막 트랙에 실린 ‘5집을 내며’의 내레이션이다. 4집 이후는 추스림의 시간이었고 그 추스림이 100일 콘서트의 동력이 됐다는 뜻이다.

‘god’가 20∼30대 팬들에게 ‘댄디 가이’로 보는 이유가 이런 되돌아보기다. TV가 보장해주는 인기의 달콤함을 물리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가는 용기에 팬들은 기꺼이 갈채를 보내고 있다.

‘god’는 “TV 활동을 할 때 보다 음반 판매 속도가 다소 더디다. 그러나 우리는 실험을 하고 있고 그것이 롱런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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